이번 정부 들어 창조경제와 미래 먹거리를 위해 각 부처에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창조'이름만 붙인 보여주기 식의 정책을 내놓는 데 급급해 본래 취지와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당장 가시적 결과물을 내기보다는 한국 사회가 더 역동적이고 창의적인 길로 계속 갈 수 있는 근본 토양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는 통신과 교통수단의 발달로 나라별 경계가 없어지고 전 지구촌이 한 나라권으로 돼 가고 있다. 디지털 경제의 혁신적인 발전으로 우리 사회도 조직이나 기관의 양적 크기(quantity)보다는 개방성ㆍ다양성ㆍ유연성 등 조직의 성격, 즉 질(quality)이 더 성공을 좌우하는 시대가 됐다.
지금의 글로벌 선도 기업들도 그 이면을 들여다 보면 살아남기 위해서 10여년 전부터 조직문화를 바꾸어왔다. 외부의 우수 인재가 들어와 기존 조직에 잘 적응할 수 있는 개방성, 조직 내에서도 서로의 다른 점을 이해하고 인정하며 배울 수 있는 다양성, 수시로 바뀔 수 있는 수많은 상황에서도 원래의 취지와 목적을 살려가며 운용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춘 조직을 만드는 것은 글로벌시대의 생존 필요조건이 됐다.
이처럼 세상은 빠른 속도로 변화해 나가는데 민간 부문을 지원해야 할 정부의 행정조직 및 인사제도, 교육제도와 이민제도는 아직도 아날로그 경제권의 생각과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는 일본식 잔재가 남아 있어 미래지향적인 사회로 나아가는 데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일본 경제 실패의 요인을 보면 다른 어떤 이유보다도 그 뿌리는 개방성ㆍ다양성ㆍ유연성 있는 사회로 진화하지 못한 데 있다. 아날로그 경제환경에서의 성공에 도취돼 더 유연하고 개방된 사회를 만들기보다는 조직과 집단의 기득권만 지키기 급급해 지금은 거의 회복 불능의 경직된 체제로 굳어 있다.
역대 정권들이 규제완화 조치를 강조했지만 번번히 실패한 것도 이러한 경직된 제도와 조직문화가 주 요인이다. 늦었지만 일본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행정부 조직과 임용 및 인사제도 등을 제로 베이스로 전면 재검토해 개방성ㆍ다양성ㆍ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는 미래 지향적인 조직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하는 부처 간의 융합 노력도 이러한 조직문화로 탈바꿈하지 않고는 실현이 어렵다. 사회 전반에 영향력이 가장 큰 집단인 정부ㆍ공공기관 등의 제도와 문화를 바꿔야 단기간에 사회 문화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볼 때 미래 사회 구성원인 우리 아이들의 교육제도와 환경을 바꾸는 것 또한 시급하다. 나라별 경계가 없어지는 세계화 환경 속에서 우리의 뿌리를 잘 이해하면서도 지역ㆍ문화ㆍ종교ㆍ언어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글로벌 시민으로서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국의 전통과 독창성을 살리면서도 미래지향적인 전인교육을 의미한다.
앞으로 한국 경제는 전체 고용은 늘지 않는 가운데 고숙련ㆍ전문직 등 고임금과 단순 노동 등의 저임금 일자리만 느는 일자리 양극화 현상(job polarization)이 이어질 것이다. 지금과 같은 경제구조 속에서는 경제가 성장해도 자동화ㆍ기계화로 대체될 수 있는 중간숙련을 요구하는 사무ㆍ생산직 등은 일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저출산, 고령화시대로 들어가는 우리 경제상황에서 미래지향적이며 보다 개방적인 이민정책은 한계에 부딪친 한국 경제의 돌파구이자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국가 전체와 미래경제라는 큰 그림을 염두에 두고 외국인들이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높일 수 있도록 이민 문제를 더 유연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외국인 고용과 거주 등 관련 정책들이 현재는 각 부처별로 부분적으로 다뤄지는데 지금은 이런 수준을 넘어서서 우리 사회를 더 개방적이고 유연하며 다양성이 높은 사회로 이끌 수 있는 종합적이고, 총체적인 이민정책으로 개선시켜 집행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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