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한 친박근혜계 의원은 27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인수위원회 1차 인선 발표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박 당선인은 인수위원장과 부위원장, 특별기구 성격인 국민대통합위와 청년특위 등 인수위 주요 인선에 '원조 친박계 정치인'을 배제했다. 박 당선인이 15년 정치생활 동안 함께한 친박계 인사 대신 4월 총선과 12월 대선 과정에서 영입했거나 아예 인연이 없던 사람을 뽑은 것이다. 여론의 주목이 가장 높은 첫 인선에서 실세 논란을 차단하고 국민대통합 의지를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외부인사 중심…실망과 기대 엇갈린 친박계=이날 윤창중 당선인 수석대변인이 발표한 인사에서 원조 친박계 정치인은 찾기 어려웠다. 대부분 박 당선인이 대선 캠프에서 깜짝인사로 영입한 인물을 재기용했다. 조윤선 대변인은 "국민대통합과 청년 소통은 당선인의 최우선 국정과제로 대선 과정에서 이 분들을 통해 실천하겠다고 밝힌 만큼 인수위도 같은 인물이 이어서 가는 게 안정적"이라고 인선 이유를 밝혔다.
이 중 당선인의 당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 정도가 원조 친박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정책위의장과 국민행복추진위 부위원장을 지낸 진 부위원장은 친박계 몫이라기보다 상징성이 강한 김용준 인수위원장 아래서 정책적인 실무를 맡기 위해서 인선했다는 게 박 당선인 측의 이야기다.
현역 의원 중 유일하게 합류한 김상민 청년특위 위원장 역시 비운동권 대학 총학생회와 함께 반값 등록금, 취업 등을 주제로 운동을 벌이다 4월 총선에 공천 받았다. 특히 김 위원장이 인선한 것으로 알려진 청년특위 위원명단은 새누리당과 인연이 없거나 새누리당으로 바뀐 후 당과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다.
친박계 내부에서는 실망과 기대가 뒤섞인 분위기다. 대선 캠프에서 일했던 한 친박계 의원은 "당선인이 전문성을 중시하고 지역구 의원을 데려가 쓰는 데 부담을 느껴 지역구 의원보다는 비례대표를 선호하는 것 같다"면서 "당선인이 대선 과정에서 신세를 졌으니 빚진 만큼 보답한다는 생각 없이 필요한 때 필요한 인물을 쓰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변 누구에게도 완전히 가능성을 열지도, 닫지도 않는 스타일이어서 언제 인선될지 긴장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친이명박계 출신 인사는 "박근혜 캠프에 처음 와 보니 규모가 이명박 캠프의 5분의1이어서 이래가지고 대통령 만들겠나 싶었다"면서 "지금 와 보니 캠프 규모가 작아서 자리로 보상해줄 부담을 느끼지 않아 좋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명박 인수위에 참여했던 한 새누리당 의원은 "인수위원장은 실질적으로는 인수위를 좌우할 수 없는 상징적 존재일 뿐"이라면서 "박 당선인이 자신을 뽑지 않은 유권자에게 국민대통합에 대한 진정성을 보이려면 인수위 내에서 정책을 실질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자리나 국무총리ㆍ장관에 반대진영 사람도 넣을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통합당은 이번 인선을 '회전문 인사'라고 비판했다. 윤관석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당선인의 고뇌가 일정하게 엿보이지만 가장 큰 특징은 기존 선대위 조직과 별 차이가 없는 회전문 인사"라면서 "소통 없는 인사절차 역시 문제이며 부적격자로 사퇴요구를 거세게 받고 있는 윤 대변인이 발표한 것은 전혀 적절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분과위 구성…전문가+현역의원 보완인선 될 듯=언론이나 주변에서 하마평이 흘러나오던 김종인 행추위원장, 최경환ㆍ안종범 의원 등 이른바 친박 실세 인사는 이번 명단에 없었다. 김광두 행추위 힘찬경제단장 등 당선인과 호흡을 맞춰온 전문가 그룹도 인선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당선인 주변과 당내에서는 구체적인 인수위 업무를 맡을 총괄간사와 분과위원회에 이들이 참여할 것으로 보는 게 중론이다.
특히 각 분과위의 간사는 현역의원이거나 관료 출신이 아니면서 박 당선인의 철학과 공약을 이해하고 있는 전문가 그룹이 발탁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이들과 호흡을 맞추기 위해 분과위원은 현역의원이거나 관료 경험이 있는 인사가 인선되는 '보완 인선' 가능성이 점쳐진다.
김종인 행추위원장의 역할도 관심이다. 당선인 측 관계자는 "두 달에 불과한 인수위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자체가 오히려 앞으로 다른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진 부위원장과 안 의원 등 친박계 인사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것으로 전해지는 것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추가 인수위 인선은 연말 안에 완료할 것으로 예측되며 인수위 공식 출범은 연말이나 늦어도 내년 1월3일을 넘기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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