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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할 때 일반적으로 오묘한 색감이나 손 맛이 살아있는 형태을 보며 찬탄하지만 미세한 균열이 이뤄낸 표면의 미감도 빼 놓을 수 없다. 손으로 새겨서는 흉내도 못 낼 가느다란 금은 갈라진 틈도 아니고 유약이 엉킨 결정체도 아닌 것이 마치 녹아내린 눈같다 하여 잔설(殘雪)이라 불린다. 지난해 대전시립미술관 개인전 직후에 타계한 도예가 이종수(1935~2008)의 작품은 이 '잔설'의 미학을 완벽에 가깝게 구사하고 있다. 게다가 이 미세한 균열이 켜를 이루고 있어 지긋이 응시하면 봄날 내린 눈꽃 같은 역설적인 미감을 느끼게 한다. 고인의 비법은 딱히 정해진 성분비율이나 수치에 있는 것은 아니었다. 작가는 "나는 원하는 자기가 나올 수 있는 최적의 가능성을 만들어 주는 것일 뿐 마지막 결정은 불이 하는 것"이라고 했다. 불을 중시 했기에 계단식 오름새가마를 직접 만들어 썼고 땔감 마련까지 직접 도맡았었다. 툭툭 터진 듯한 표면이 특이한 점토자기 '마음의 향'도 음미해 봄 직하다. 보는 이에 따라 갈라진 논밭부터 메주 표면, 소나무 껍질 등을 떠올리는데 안쪽은 매끈하게 붙어있어 그 기법이 더욱 놀랍다. 70년대부터 고인을 존경하며 따랐던 후배 서양화가 임동식은 "한 시인은 이종수 선생을 '마지막 남은 백제인'이라고 할 정도로 순수한 심성으로 자연의 기운을 도자기에 담았던 분"이라고 회고했다. 임동식은 이화익갤러리로부터 2인전 형식의 오마주 전시를 제안 받고 흔쾌히 받아들였다. 두 작가의 공통분모는 자연에 대한 사랑. 홍대미대를 졸업한 임 화백은 독일에서 유학한 뒤 1993년부터 공주 시골로 들어가 마을 주민과 어울리며 작품을 그려왔다. 이번 전시에 소박하고 정겨운 최근작 20여점을 선보인다. (02)730-7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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