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 후 입사한 직장을 그만두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박진곤(28)씨. 퇴사 후 1년 동안 열심히 공부했음에도 불구하고 탈락이라는 아픈 결과를 받아야만 했다. 박씨의 발목을 잡은 것은 영어였다. 박씨는 "영어를 제외한 다른 과목은 암기과목이었기 때문에 자신이 있었지만 영어의 경우 준비기간에 비해 성적이 오르지 않아 가장 문제였다"고 말했다.
오는 4월19일 시행되는 9급 공무원시험이 99일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소폭 늘어난 3,000여명이 임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임용인원은 늘어났지만 수험생들의 걱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가장 고민인 과목은 무엇보다 영어다. 해커스 패스닷컴이 지난해 지방직 공무원시험 응시생 38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49.6%가 가장 어려웠던 과목으로 영어를 꼽았다. 각각 12.4%, 9.2%를 보인 국어, 한국사와 비교할 때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박씨처럼 많은 수험생이 영어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수험생들이 이처럼 영어에 압박감을 느끼는 이유는 투자한 시간에 비례해 성적이 비교적 쉽게 오르는 사회 등의 암기과목과 달리 영어는 단순히 시간을 들인다고 해서 성적이 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영어의 예시문이 이전보다 길어지고 어휘의 난도가 높아진 것도 이유다. 전체 시간을 쪼개 여러 과목을 치러야 하는 공무원시험에서는 시간 배분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영어의 예시문이 길어지다 보니 상대적으로 시간을 많이 뺏긴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경향이 계속될 것이라는 데 있다.
전문가들은 예시문은 갈수록 길이가 길어지는 경향이 있어 올 시험도 상황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영어 공부에 집중해 시간 싸움에서 승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철용 해커스 패스닷컴 강사는 "지난해 영어 과목의 경우 서울시 9급은 국가직과 지방직 수준으로 난이도가 하향 조정됐지만 예시문이 길어지면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속독이 중요했다"며 "속독을 위해서는 기본 개념을 이해하고 암기하는 공부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먼저 집중해야 할 것은 독해다. 독해의 경우 총 20문제 중 10문제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비중이 높다. 문제는 독해의 경우 문법과 어휘에 비해 문제 풀이 시간이 가장 많이 소요되는 난도 높은 유형이라는 데 있다. 전문가들은 영어시험에서 80점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인 점을 감안하면 독해 10문제를 12~13분 동안 풀어 8문제 이상을 맞히는 것을 목표로 잡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독해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속독이다. 시간 싸움인 공무원 시험에서 속독은 수험생이 반드시 지녀야 할 기술이다. 속독을 위해서는 평소 예시문을 정독하면서 풀이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문법이다. 국가직·지방직 시험에서는 4∼5개의 문법 문제가 출제된다. 문법은 이해와 암기 영역인 만큼 기본적인 원리를 이해하고 이에 따른 세부 법칙을 암기하는 방식으로 공부하는 것을 추천한다. 문법에 대해 자신이 없다면 먼저 기본서라고 할 수 있는 문법책을 선정해 2회 정도 꼼꼼히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본서로 문법에 대한 이해를 키웠다면 기출문제집으로 다양한 문제를 풀면서 문법을 적용하는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틀린 문제를 반복적으로 학습하는 과정이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게 하기 때문이다. 시험 3개월 전부터는 최근 5년간의 기출문제를 반복해서 풀어봐야 한다. 이 시기는 본격적인 문제 적용의 시기다. 다양한 문제를 풀어봄으로써 같은 문법에 대한 다양한 접근법을 익히고 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휘도 놓쳐서는 안 된다. 시간이 부족한 공무원 시험을 효율적으로 치르기 위해서는 어휘 실력이 중요하다. 그렇다고 많은 어휘를 익혀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공무원 영어는 20문제 중 어휘 영역의 1문제를 제외하고는 어려운 어휘가 많지 않다. 고등학교 수준의 어휘라면 충분히 풀 수 있는 수준이다.
적절한 시간 배분도 필수다. 어휘 4문제 중 한 문제는 난도가 높다. 따라서 본인의 어휘 실력이 낮다면 어려운 한 문제에 오랜 시간을 소비하는 대신 쉬운 다른 두 문제를 푸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본인의 수준에 맞춰 한 문제를 포기하고 다른 두 문제를 맞힐 것인지 모든 문제를 풀 것인지 현명하게 선택해야 한다. 시험을 두어 달 남긴 시점에서는 문제집을 풀면서 모르는 단어를 따로 정리해 자신만의 단어장을 만드는 것도 좋다.
독학이 힘든 수험생들에게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추천한다.
도움말=해커스 패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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