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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빚 공화국'에 보내는 경고

■ 빚으로 지은 집(아티프 미안·아미르 수피 지음, 열린책들 펴냄)

"대공황·금융위기 주범은 가계 부채 때문"



부채 급증 → 소비 감소 → 장기불황
결국 저소득계층이 타격 받는 구조
저자 '책임분담 모기지' 대안으로 제시
돋보이는 분석력… FT '올해의 책' 후보에


2007년부터 2009년 사이, 리먼브라더스 파산이 초래한 대 침체기 동안 미국에서는 8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400만 채 이상의 주택이 압류됐다. 주택의 가치는 5조5,000억 달러나 추락했다. 미국 경제의 국민 소득이 한해 약 14조 달러임을 고려하면 주택 소유자들의 순자산은 엄청난 손실을 본 셈이다. 홈 에쿼티(Home equity), 즉 소유하고 있는 주택에서 부채를 뺀 금액이 유일한 재산인 경우가 많은 미국이기에 불황에 따른 자산(주택)가격 하락과 이에 따른 우울증·자살 같은 무형의 손실은 더 컸다. 시곗바늘을 좀 더 앞으로 돌려보자. 2000년부터 2007년 사이, 미국의 가계부채는 급격하게 늘었다. 2007년 기준 가계부채 총액은 14조 달러. 불과 7년 사이 두 배가 늘어났다. 책은 장기 불황 직전 나타난 가계 부채의 급증에 주목한다. 지난 30년대의 대공황이나 2008년 미 서브프라임 사태로 촉발된 대침체, 나아가 현재 유럽으로 퍼진 경제위기의 주범은 엄청난 규모로 늘어난 가계 부채라는 것이다.

책이 주목하는 부분은 주택 담보 대출에 의존한 금융시스템 하에서 집값 하락으로 '부채의 덫'에 빠지는 존재는 가진 것이 적은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예컨대 어떤 사람이 자기 돈 2만 달러와 8만 달러의 대출을 이용해 10만 달러 짜리 집 한 채를 샀다고 할 때, 집값이 20% 하락하면 주택 소유자는 2만 달러의 손실을 본다. 이 상황에서 8만 달러에 집을 팔 경우 주택 소유자는 그 돈을 모두 채권자에게 빚을 갚는 데 써야 한다. '더 가진 자'인 채권자는 원금을 다 회수하는 반면 주택 소유자는 전 재산을 날리게 된다. 실제로 2007년부터 2010년 사이 순자산 규모 하위 20% 계층의 순자산은 3만 달러에서 사실상 0으로 쪼그라들었다.

저자들은 이 같은 경제 모형을 '레버드 로스(levered losses) 프레임 워크'로 정의한다. '빚 때문에 발생했고 그로 인해 피해가 증폭된 손실'이란 의미다. 이 모형은 비단 미국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한국 역시 가계부채가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지난해 말 기준 1,200조 원을 넘어섰다.



결국 '빚으로 지은 집'은 누가 먼저 잠기느냐의 문제일 뿐, 한 경제 고리 내에 있는 구성원 모두가 피해자가 되는 침몰이다. 과도하게 누적된 가계 부채는 한계 소비 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의 주택 압류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이는 소비 지출의 급감과 총수요의 감소로 이어지고, 다시 생산 감소와 대규모 실업을 일으킨다.

저자들은 경제 전반을 무력화하는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책임분담 모기지'라는 새로운 대출 방식을 제안한다. 손실과 이익을 채권자와 채무자가 공유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이 개념은 채무 계약에 주식 성격을 가미해 집값이 하락할 경우 채무 부담을 줄여주고 집값 상승으로 이득이 발생할 경우 이득을 공유하자는 게 골자다. 집값이 하락할 경우 손실을 일부 부담해야 하는 채권자도 더 조심스럽게 대출을 공급하기에 거품도 방지하고 대출의 건전성도 높일 수 있다.

물론 저자들의 제안이 한국 상황과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부채의 위험성에 대한 문제 인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분석과 정책을 시도할 필요는 있다. 2014년 파이낸셜 타임스 '올해의 책' 최종 후보작답게 탄탄한 논거를 바탕으로 한 문제 제기와 분석이 돋보인다.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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