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국민들의 체감도는 다르다.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보건당국이 지난주까지만 해도 AI가 진정국면에 들어갔다는 낙관론을 폈으니 불신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AI에 감염된 개가 추가로 확인됨에 따라 AI 바이러스의 포유류 전파가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떨칠 수 없다. 사상 최대의 피해를 당했던 2008년을 뛰어넘는 막대한 금전적 손실이 불가피한 축산농가들은 감염확산 소식에 더욱 위축되고 있다. 당국은 공기를 통해 전파되거나 사람에게 직접 감염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고 강조하지만 국민들의 불안감은 커져만 간다. 일부에서는 2003년과 2008년 국내에서도 AI 바이러스(H5N1형)가 인체에 침투한 사례가 있었던 만큼 인체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전파경로와 개와 같은 포유류에 속하는 인간의 감염 위험성에 대한 철저한 분석에 공을 들여야 하는 이유다.
현재의 축산과학으로 AI를 완벽하게 차단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철새가 AI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다니는 한 발병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AI가 발생할 때마다 닭·오리를 대량 살처분하고 기온이 올라가기만을 기다리는 천수답식 대응에는 문제가 있다. 지나간 유행가처럼 인체감염 우려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지 말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국민에게 제공하는 게 우선이다. 일반국민들이 AI 공포에 휘둘리지 않고 축산농가 피해를 최소화하는 첫걸음은 방역당국에 대한 신뢰 회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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