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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물 관리는 영원한 과제
입력2007-03-21 17:00:56
수정
2007.03.21 17:00:56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기후 변화라는 말은 우리와는 별 상관이 없는 낯선 단어였다. 그럼 지금은 어떠한가. 체감 여부에 관계없이 실제 기후 변화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1860년 관측이 시작된 이래 지구 평균기온이 가장 높았던 다섯해가 최근 7년 사이에 발생한 점은 지구온난화가 점점 현실화되고 있음을 입증한다.
기후 변화의 원인에 대해서는 학자들간에도 여러 견해가 존재한다. 일부 학자들은 도시화 등 토지 이용구조의 변화, 대기 중 미세먼지의 증가,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온실가스 농도 증가 등 인위적인 요인에서 기후 변화의 원인을 찾고 있다. 또 다른 학자들은 해류 변화에 따른 소위 ‘소빙하(Little Ice Age)’를 예로 들면서 기후 변화는 단지 자연 반복적인 기후 현상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미국지구과학협회(American Geophysical Union)에서 내린 최근의 과학적 결론은 “인간의 주거 및 산업 활동이 자연적 기후 시스템에 변화를 주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특히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기후 변화가 수자원 측면에 미치는 영향이다. 기후 변화 때문에 과거에 비해 홍수와 가뭄이 잦고 그 정도도 심해질 것이라는 데 대해 대부분의 학자들이 견해를 같이하고 있다.
최근 영국의 생태 환경 및 수문학센터(CEH)에서 개발해 발표한 물빈곤지수(WPI)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전체 147개 대상국 가운데 43위 정도의 수자원 관리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수자원량은 적은 반면에 물 공급시설 및 사회 경제 수준 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간 강우의 3분의2가 여름 장마철에 집중되고 하천 경사가 급해 일시에 유출돼 우리나라의 물 관리 여건이 매우 어려운데다 최근의 잦은 기상 이변 현상이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오늘날 대도시에 사는 대부분의 국민은 인구증가율 정체, 물 수요 감소, 지속적인 수자원 개발 및 광역상수도망 확충 등에 힘입어 물 부족을 거의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도 중소도시나 농어촌 지역의 사정은 다르다. 지난 94년, 96년, 2001년 등의 큰 가뭄 때에도 무려 전국의 84개 시ㆍ군 주민들이 생활ㆍ공업ㆍ농업 용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다.
건설교통부에서 지난해 7월 발표한 수자원장기종합계획에 따르면 오는 2011년 기준 약 7억9,000만㎥의 지역별 물 부족이 전망되며 광역상수도의 확충 등을 통해 지역간 물 이동을 확대해도 전국적으로 약 3억4,000만㎥의 물이 부족할 것이라고 한다. 이와 더불어 청계천을 복원한 사례와 같이 하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용수 수요의 급증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과거 가뭄의 경험이나 계속되는 이상 기후 등을 생각해볼 때 지속적인 물 부족에 대한 대책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할 것이다.
물 공급정책의 유연성 확보도 중요하다. 과거에는 대도시 및 대규모 공업단지를 중심으로 물 공급대책이 추진됐지만 향후의 물 부족대책은 지역 맞춤형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경지 면적 감소로 수요가 준 농업용수는 하천유지용수로 전환하고 기업도시 등의 물 수요 증가 지역과 상수도 보급률이 낮은 중소도시 등에서는 중소 규모 수원 개발과 수도 개발을 병행해서 추진해야 한다. 대규모 물 소비 지역인 대도시와 공업단지에서는 물 절약과 수질 개선에 힘쓰는 한편 도시 하천 환경의 개선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해안 도서 지역과 산간 오지 지역 등에서는 해수담수화, 지하수 개발 및 보전 등을 통해 안정된 물 공급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
모든 국민들이 사는 지역이나 각자의 처지에 상관없이 물의 혜택을 고루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각자 약간의 희생과 양보 정도는 감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물의 혜택에서 소외돼온 지역에 대한 투자를 늘려가는 방향으로의 수자원정책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상 기후에 충분히 대응하면서 수자원의 지속가능한 공급을 이루기 위해 보전과 개발간의 끊임없는 갈등보다는 내실 있고 실효성 있는 물 관리의 조화가 더 필요한 시점이라고 믿는다.
특히 기상 이변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극한 가뭄과 홍수의 문제점을 사전에 냉철하게 분석해 대책을 수립하는 데 우리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혹시 우리가 방심하고 있지는 않은지 세계 물의 날(22일)을 맞아 다시 한번 점검해보자.
/강부식(단국대 교수ㆍ토목환경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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