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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바둑 영웅전] 미생마 근처에서 싸우다

제5보 (49~62)



일단 창하오는 백84로 쇄도해 들어갔다. 흑진을 모조리 파괴하고 살아 버릴 심산이다. 이세돌의 흑85는 가장 현명한 공격이다. 실리를 챙긴다고 참고도1의 흑1로 한 점을 잡는 것은 하지하책. 백은 2로 몰고 4로 모양을 갖추어 기분좋게 살아 버릴 것이다. 창하오가 백86으로 기대자 이세돌은 흑87로 급소를 찔러 안형을 파괴했다. "이러다 창하오의 대마가 모조리 잡히는 건 아닐까?"(필자) "그럴 가능성도 충분히 있지요. 하지만 창하오도 필사적이니까 어떻게든 살기는 살 겁니다. 문제는 그 다음에 있어요. 아마 창하오는 대마를 살리고 바둑은 질 겁니다. 대마를 억지로 살리려면 이적수를 계속해서 두어주는 수밖에 없으니까요."(윤현석) "그래도 크게 살면 흑진은 가죽만 남게 되지 않을까?"(필자) "그 가죽은 상당히 쓸모가 많은 가죽일 겁니다. 왜냐하면 하변쪽 백을 거의 힘 안들이고 잡게 될 공산이 크거든요."(윤현석) 바둑격언에 '자기의 미생마 근처에서 싸우지 말라'는 것이 있다. 연약한 미생마 근처에서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면 그 미생마는 유탄에 맞아 죽기 십상이다. 조금 후에 실제 상황으로 전개되거니와 하변의 백 3점은 정말로 아야 소리 한번 지르지 못하고 비명횡사를 당하게 된다. 격언은 틀린 게 하나도 없다. 백90으로 끊은 것은 상당히 기교적인 수순이다. "바깥쪽만 잡아도 흑이 유망합니다. 하지만 이세돌의 성격상 다 잡자고 할 겁니다."(강지성8단) 참고도2의 흑1로 젖히면 바깥쪽 백돌은 모두 잡힌다. 그러나 우하귀가 백에게 선수로 넘어오므로 창하오는 별로 불만이 없을 것이다. 이세돌은 흑91로 끊어 최대한 실리를 챙겼다. 하지만 백도 어느 정도의 리듬을 얻어내게 되었다. 백92와 96은 각각 짜릿짜릿한 맥점들. 백대마가 거의 수습된 모습이다. 그러나 흑93과 99가 놓이자 하변의 백 3점은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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