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물량공동위원회를 열고 울산 2공장에서도 투싼을 생산하기로 합의했다. 현재 투싼은 울산 5공장에서 에쿠스, 제네시스와 함께 생산됐는데, 주문이 많아 적체현상이 지속돼 왔다. 반면 아반떼MD와 i40, 베라크루즈, 싼타페를 생산하는 2공장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었다.
노조가 한 공장에서 지정된 차종만 생산하던 관행을 버리고 다양한 차종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한 발짝 양보함에 따라 현대차가 안고 있었던 고질적인 문제 해결과 함께 국내 공장의 생산 경쟁력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생산 효율화를 위해 공장별로 차종을 나눠 생산을 전담해 왔다. 예를 들어 울산 1공장은 엑센트와 벨로스터 등 소형자, 2공장에서는 아반떼, i40, 베라크루즈, 산타페 등을 3공장은 아반떼, i30 등을 생산해 왔다. 문제는 공장별로 생산 차종이 정해져 있다 보니 인기차종은 더 생산하고 싶어도 다른 공장에서 생산이 어려워 주문적체가 반복돼왔다.
생산물량을 뺏기지 않으려는 공장 근로자 간 이기주의로 노·노 갈등도 있었다. 울산 5공장(51라인)은 주문 적체로 3월 이후 매주 휴일특근을 통해 추가 생산을 하고 있는 반면 울산2공장(21라인)은 상대적으로 물량이 줄어 지난 3월 이후 휴일특근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이렇다 보니 경쟁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불편을 느낀 소비자들이 외면하는 현상이 가속화됐다. 실제 국내 시장의 현대차 점유율은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40% 안팎에 머물러 과거에 비해 하락한 상황이고, 외제차의 거센 도전에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2011년 이후 정체 현상을 보이고 있는 국내 공장 생산량도 노조가 일감 나누기를 받아들이도록 한 요인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2011년 189만대에서 2012년 190만대까지 생산했으나 2013년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 이후 185만대로 줄었으며, 지난해도 187만대 생산에 그쳤다. 반면 해외생산은 2011년 200만대를 넘겨 지난해엔 307만대를 생산하기에 이르렀다. 해외생산 비율은 2010년 50%를 넘겨 지난해엔 62%에 달했다.
해외 7개국에 11개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현대차는 중국에 4, 5공장 등 2개 공장을 늘이고 있으며, 미국 제2공장 건설 계획도 곧 발표할 것이란 소문이 나돌고 있다. 최근 방한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요청에 의해 인도 3공장 설립도 검토하고 있다.
국내 공장이 생산량을 늘려가는 해외공장과 경쟁하려면 설비증설 없이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 공장 간 일감 나누기밖에 없다는데 노사가 공감한 것이다.
현대차는 금융위기가 한창인 2009년 울산 3공장에서 생산하는 아반떼를 투싼과 산타페를 만드는 2공장에서도 만드는 혼류 방식으로 일감 나누는 데 합의한 바 있다. 당시엔 소형차 주문이 급증한 데 따른 일감 나누기였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물량조정 합의는 국내 공장의 생산 유연성을 크게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으로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받아온 노동 경직성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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