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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검찰의 구속 기준(?)
입력2005-11-16 17:02:34
수정
2005.11.16 17:02:34
“그걸 꼭 물어봐야 압니까.”
기자가 최근 두산그룹 수백억원 횡령 사건과 관련, 그룹 오너들을 전원 불구속한 것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모 검사에게 의견을 묻자 대뜸 나오는 반응이다. 요즘 두산 처리 결과를 놓고 법조계는 물론 검찰 내부에서도 도대체 검찰의 구속 기준이 뭐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비등하다.
법조인이건 일반인이건 만나는 사람마다 영세 중소기업이나 월급쟁이 등 서민들은 수천만원만 횡령해도 구속되기 일쑤인데 회삿돈을 쌈짓돈처럼 수백억원이나 가로챈 사람들을 불구속하는 것은 무슨 법이냐고 반문한다. 두산 사건을 맡은 검찰 수사 책임자가 3개월 넘게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내내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던 터라 최근 ‘불구속’ 결과는 기자로서도 납득할 수 없었던 게 사실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비판여론이 빗발치자 범죄자 처벌은 법원이 하는 것이라고 검찰은 항변한다. 검찰은 범죄 혐의가 있으면 당사자를 재판에 회부하는 ‘기소’ 역할에 충실하면 됐지 꼭 구속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여기다 피의자 인권이 강조되면서 선진국처럼 불구속 수사의 기틀을 잡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인은 물론 법조계도 이 같은 검찰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수십년간 검찰은 높은 처단형이 예상되는 피의자에 대해 수사 기법으로서 뿐 아니라 처벌 기능으로서 구속 수사를 해온 것이 주지의 사실이고 두산 사건 직전까지만 해도 검찰 스스로 인정했던 터였다.
검찰의 주장처럼 ‘불구속 수사’가 대원칙이라면 얼마 전 이념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강정구 교수는 총장직을 내던지면서까지 왜 구속하려 했단 말인가. 또 법원의 단죄도 가능한데 도청 혐의로 임동원ㆍ신건 전 국정원장들을 미리 구속하는 것은 무슨 연유인가.
물론 구속ㆍ불구속은 검찰의 재량이다. 문제는 형평성과 일관성이 있느냐는 것이다. 들쭉날쭉한 구속 기준으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처럼 힘있고 백 있는 사람은 불구속되고 일반 서민은 구속된다는 인상을 남겨서는 안된다. 서울중앙지검의 모 검사가 “대선자금 수사를 지휘했던 송광수 총장이라면 두산 사건을 이렇게 처리하지 않았을 것이다”고 한 말이 단순한 가정법으로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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