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시작된 최근 금융시장 혼란은 지난 98년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파산과 이에 따른 금융위기와 비슷하게 전개되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이 서둘러 사태 진화에 나선 점도 비슷하다. LTCM 파산 때는 자유시장주의가 무색할 정도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직접 나서 미 금융 사상 최대 규모의 국제 채권ㆍ채무자회의를 열어 결제시점을 조정하는 등 자금지원을 했다. 헤지펀드의 위기라는 점에서도 같다. LTCM은 당시로서는 혁신적이라던 ‘무위험 차익거래’ 금융기법을 들고 나왔는데 이들은 외환선물계약을 통해 환변동 위험을 완벽하게 제거할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러시아의 모라토리엄(지불유예) 선언으로 파산위기에 직면했었다. 지금은 골드만삭스의 ‘노스아메리칸 에퀴티 오퍼튜니티’ 펀드를 비롯해 고수익을 노리고 모기지 채권에 투자한 월가의 상당수 헤지펀드가 이달 들어서만 10% 내외의 큰 평가손을 내며 줄줄이 청산 압력을 받고 있다. 금융시장의 패닉을 가라앉히기 위한 유동성 공급 조치인 이른바 ‘버냉키 풋(Bernanke put)’이라는 단어도 등장하고 있다. LTCM 사태 때도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의 유동성 공급을 두고 ‘그린스펀 풋(Greenspan put)’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다른 점도 있다. LTCM 때는 러시아 모라토리엄 등 사태의 단초가 신흥시장의 금융불안에 있었다. 반면 이번 사태는 선진 금융시장의 ‘유동성 잔치’에서 비롯됐다. 또 지금의 세계경제는 매우 안정적인데다 신흥시장들이 외환보유액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금융위기로까지는 확산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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