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모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플랜B 통과 어렵고 딜로 변질우려
노사정 사즉생 자세로 임해야
협치하면 일자리 창출방안 많아
노동개혁의 목적은 ‘청년일자리 창출과 낡은 노동시장 개혁’이다. 그러나 노사정위에서 4월 결렬의 원인을 제공한 업무 부적응자 해고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관련 논의에 노사정이 명분프레임에 갇혀 핵심 이슈들을 좀처럼 담지 못하는 형국이다. 노사정 합의가 난항을 겪는 사이 정부는 플랜(Plan) B의 최후통첩을 하는 형국이다. 이는 정부가 노사정 합의를 촉구는 하되 노동계에 끌려가지는 않겠다는 의지표명으로 판단된다. 이 두 주제 관해 정부가 기준을 명확히 하되, 제도재선의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노사정이 참여하는 가버넌스를 발족 시키는 선에서 정리됐으면 한다.
많은 학자들은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한 Plan A 개혁은 ‘내용 없는 노동개혁’일 수 있고 정부 주도의 Plan B는 ‘내용 있는 것처럼 보이는 노동개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현재 정부가 밝힌 Plan B는 근로기준법(통상임금범위 명확화, 근로시간 단축), 고용보험법(실업급여연장 및 지급액 확대), 산재보험법(출퇴근 재해 인정), 기간제법(기간제 사용기간 2년 연장), 파견법(파견업종 확대 및 파견계약 명확화) 개정의 5가지다. 정부 Plan B의 국회 입법과정을 시뮬레이션해보면 상임위, 법사위와 본회의를 거쳐야 하는데 환경노동위 상임위에서는 과반수 통과(과반수이상 출석 과반수이상 찬성)를 위해서는 최소한 야당의원 1표를 정부안 찬성으로 얻어야 하는데 현재 상임위 구성으로는 불가능하다. 설사 관련입법들이 통과된다고 하여도 본회의에서 여타 이슈들과 정치적 딜이 요구될 공산이 크다.
혹자는 정부의 Plan B가 국회에 입법 발의될 경우 통과는 안돼도 개혁정당-반개혁정당의 이미지를 구축해 정치 지지층을 넓히는데 보탬이 된다고도 한다. 하지만 이는 ‘국가(國家)의 백년대계(百年大計)’인 노동개혁을 너무 정치공학적으로 폄하 하는 발상이다. 이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정치적 딜의 과정에서 핵심내용은 빠지고 주변부 내용마저도 그 내용이 변형될 가능성이다. 이제라도 정치공학을 떠나 사회적 대화를 전제로 하는 Plan A 관철을 위해 노사정이 진정성을 갖고 사즉생(死則生)의 자세로 임했으면 한다.
그렇다면 Plan A의 노동시장 개혁 내용은 무엇을 채울 수 있을까? 먼저 9월초순내 입법 과제로서 통상임금범위 명확화, 근로시간 단축 관련입법은 조속히 노사정합의안을 국회에 전달하고 정부는 이에 화답해 고용보험과 산재보험관련 입법을 발의해야 한다. 이어서 9월중순부터 10월초순의 입법과제로서 필자는 파견업종 확대를 제안하고자 한다. 정부의 Plan B와 같이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과 파견업종 확대를 패키지로 묶어서 국회입법으로 상정한다면 야당의 반발로 입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최소한 입법행마를 가볍게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일단 기간제법과 파견법을 분리하여 입법 추진하고 기간제법보다는 파견법 개정에 우선순위를 두었으면 한다. 그간 파견허용업종 범위가 매우 좁게 허용되다 보니 불법파견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어왔고 기업 인력운용의 유연성을 저해해 고용창출에 부정적 영향을 주어왔다. 파견법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만 정비해도 추가 고용창출 여력은 크다고 판단된다.
이 밖에도 노사정 협치 프로그램으로서 거의 합의에 이른 임금 상위10% 집단의 인상을 자제해 청년일자리 창출 및 격차해소에 투입하는 내용에 관해 구체적인 프로그램이나 제도를 구축할 수 있다. 한편 대기업 신입직원의 초봉이 연간 6,000만-7,000만원대에 이를 정도로 치솟아 초봉피크제 실시를 노사정이 합의해 절약된 재원을 해당기업의 청년고용에 투입할 수 있다.
노동개혁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노사정이 일자리 창출 연대를 선언하고 책임성 있는 노력들을 하고 국민에게 체감돼야 ‘노동개혁 내용 부재론’의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물론 정부주도 Plan B로는, 정치공학적으로는 승리할지 몰라도, Plan A의 협치 프로그램을 기대할 수는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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