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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한국이 꼴찌" 대놓고 비꼰 그녀
파우스트 하버드대 총장 "지나친 교육열, 교육 목적 왜곡 불러"한국, 성적은 1위 흥미는 꼴찌개도국 여성에 교육 기회 늘려야
김연하기자 yeona@sed.co.kr
코리아타임스 자료사진
"양성격차가 여전히 존재하는 사회에서는 누구도 왜 여성을 교육시켜야 하는지에 대해 답을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늘 여기서 제가 그 답을 드리겠습니다."
드루 길핀 파우스트 하버드대 총장은 22일 이화여대에서 '여성교육, 세상을 변화시키다'라는 주제로 열린 특별강연에서 여성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380년 역사를 가진 하버드대의 첫 여성 총장에 취임한 그는 여성교육이 '공정하며 현명하고 변화를 불러오기 때문에'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우스트 총장은 여성이 동등하게 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직도 많은 여성들이 배움을 갈망하며 몰래 공부를 해야 하는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는 만큼 이들이 공정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실제로 유네스코의 '모두를 위한 교육 세계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6,600만여명의 여성이 여전히 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있다. 68개국은 초등교육에서 성평등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으며 60개국에서는 여아들이 남아들에 비해 뒤떨어지고 있다.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ㆍ인도에서는 수천 명의 여아들이 감히 학교를 다녔다는 이유로 총살이나 독살ㆍ염산공격까지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파우스트 총장은 여성을 교육시킴으로써 사회경제적으로 큰 변화가 일어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개발도상국의 농업생산량과 보건도를 증진시킬 수 있으며 케냐의 경우에는 160만여명의 여자 청소년들을 교육시키면 매년 국민총소득이 약 34억달러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자원인 인재를 활용하지 않고 배제시키는 국가는 스스로 성공을 저해하는 국가"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지나친 교육열이 교육의 목적과 성공의 정의를 왜곡시킬 수 있다며 주의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교육이 단순히 더 좋은 성적이나 연봉을 위한 것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의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의 수학과 과학 시험성적이 세계 1위임에도 불구하고 흥미도가 꼴찌"라며 "성적과 등수 혹은 부와 명예와 같은 눈에 보이는 것들에만 집중하면 진정한 배움의 가치와 더 큰 꿈과 소망 등을 간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강연 말미에 그는 한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최초로 맨아시아문학상을 수상한 여성 작가 신경숙과 그의 저서 '엄마를 부탁해'를 언급하며 "모든 여성은 본인의 길을 선택하고 갈망하는 바를 추구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강연에서 파우스트 총장은 여성의 인권 및 권익 향상에 기여한 사람에게 이화여대가 수여하는 '명예 이화인'을 받았다. 최초의 명예 이화인은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부 장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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