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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환율 세자릿수 시대와 대응전략

원화환율이 너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어 어렵사리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는 우리 경제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이미 엔화에 대해 10대 1의 균형이 깨진 원화는 23일 개장 초 달러당 998원에 거래돼 세자릿수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당국의 개입으로 1,000원대를 다시 회복하긴 했지만 원ㆍ달러환율이 세자릿수로 접어드는 것은 시간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외환보유액이 2,000억달러를 넘은 데다 외국인투자자금과 수출대금으로 달러화가 계속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환율이 떨어진다는 것은 우리의 경제력이 커져 돈의 가치도 그만큼 비싸진다는 뜻이다. 때문에 환율하락이 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만 할 수는 없다. 환율이 떨어지면 수입품의 가격이 하락해 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 달러표시부채가 많은 기업이나 공공기관들은 이자비용이 그만큼 줄어 경영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득보다 실이 큰 것이 사실이다. 더 큰 문제는 다른 나라의 통화에 비해 최근의 원화환율 하락 폭이 상대적으로 가파르다는 점이다. 올들어 미국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은 2.4%나 떨어졌다. 반면 대만 달러는 0.6% 떨어지는데 그쳤고 일본 엔화와 유로화는 오히려 2.9%와 3.7%나 올랐다. 결국 우리 수출제품의 가격이 그만큼 비싸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환율 하락이 대세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만큼 기업들은 기술개발을 통해 품질경쟁력을 높이는 등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지난 1985년 선진5개국의 플라자합의로 달러당 260엔대에서 3년만에 120엔대로, 그리고 95년에는 80엔대까지 추락하자 피나는 구조조정과 기술혁신을 통한 원가절감으로 엔고를 극복한 일본 기업들의 피나는 노력을 우리 기업들은 배워야 한다. 정부 역시 환율안정을 도모하되 과도한 개입으로 시장을 왜곡시키고 국고를 축내는 일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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