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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생명과학도의 길
입력2005-12-28 16:45:28
수정
2005.12.28 16:45:28
실용주의의 창시자로 볼 수 있는 그리스의 소피스트 프로타고라스는 자신의 가르침은 바보라도 터득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가난한 제자에게 그의 첫 소송사건 수입으로 수강료를 지불하라고 말했다.
그러나 수련을 마치고 귀향한 그 제자가 시간이 지나도 개업하지 않자 프로타고라스는 결국 수업료를 받기 위해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프로타고라스는 제자가 승소한다면 계약에 의해, 반대로 패소한다면 법정판결에 의해 수강료를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그 제자는 프로타고라스의 제자답게 훌륭한 반대 변론을 했다. 그는 자신이 승소한다면 법정판결에 의해, 그리고 패소한다면 계약에 의해 수업료를 지불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올 연말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줄기세포 파문을 지켜보면서 프로타고라스의 소송이 떠오른 것은 황우석 교수의 바꿔치기 주장과 수사요청 등이 너무도 흡사하기 때문이다. 사실 황 교수가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의 바꿔치기를 주장했지만 그 속에 모순된 부분이 없지 않다.
만약 황 교수의 주장대로 줄기세포가 수립되는 첫 단계인 제1계대에서 수정란 줄기세포로 바꿔치기가 이루어졌다면 결국 막바지 단계의 완전한 줄기세포에 대한 DNA 검사단계에서 처음 제공된 체세포 DNA와 일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바꿔치기가 사실로 확인된다면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은 처음부터 조작된 것일 뿐더러 완전한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를 수립했다는 증거가 되지도 못한다.
이미 알려진 대로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난치병 치료에는 아직 넘어야 할 장애요소가 많다. 우선 배아줄기세포는 암 발생의 가능성이 있다. 일반세포는 최대 50~60회의 분열을 거치는 과정에서 염색체 말단의 노화 때문에 죽게 마련이지만 배아줄기세포주는 지속적으로 분열하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체세포로 만든 줄기세포는 노화의 한계를 갖고 있다. 세계 최초의 체세포 복제동물인 돌리가 먼저 사망한 것은 노화가 촉진됐기 때문이다. 복제양 돌리의 ‘텔로미어(Telomere)’ 유전자는 보통 양들보다 짧아 일찍부터 퇴행성 관절염에 걸렸었다. 환자의 유전적 결함이나 면역학적 거부반응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환자의 체세포로 만든 줄기세포로 질병을 치료하면 면역거부반응이 줄어들 수 있지만 유전적 결함은 그대로 전이될 것이다. 자신의 체세포로 만든 배아줄기세포라도 다른 여성의 난자가 사용됐기 때문에 면역거부반응이 생길 수 있다. 난치병 환자들에게 배아줄기세포에 대한 환상을 함부로 심어주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오랫동안 유전공학자들은 생명주기가 짧아 더없이 좋은 실험 대상인 초파리와 씨름해왔다. 특히 유전공학자들은 그동안 돌연변이를 만들기 위해 화학물질로 내는 냄새와 전기충격 등을 활용해왔으나 지난 80년대부터는 일종의 유전자 기생충이라고 할 수 있는 점핑 유전자(Jumping Gene)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반생물에 가까운 DNA 조각인 점핑 유전자는 치환이 가능한 이동성 인자라고 할 수 있어 정상적인 DNA에 끼어들면 초파리에게 예측할 수 없는 심각한 돌연변이 장애를 일으킨다. 체세포(난구세포)를 난자에 주입할 때 난할을 쉽게 시작하도록 배아줄기세포에 전기충격을 가하는 것도 유전자 자체를 변형시키는 것과는 다르지만 과거 초파리 실험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그리스 비극은 누누이 ‘휴브리스 아티’ 즉 오만은 파멸의 근원이라는 사실을 가르쳐왔다. 동물복제의 성공률도 2~12%에 지나지 않는데 하물며 인간의 줄기세포를 단기간에 확립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은 이만저만한 교만이 아닐 수 없다. 황우석 파문으로 마무리된 한해를 넘기며 새해부터는 우리 생명과학자들이 보다 정직하고 엄정한 과학도의 길을 걷기를 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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