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하 시인이 전국단위 학생 모집을 하게 된 목포중앙고 기숙사 준공식에 '회룡고조(回龍顧祖) 입고출신(入古出新)'이라는 화제(畵題)로 예쁜 난(蘭)을 쳐서 보내줬다. 회룡고조(回龍顧祖)는 풍수적 표현이고 입고출신(入古出新)은 새로운 르네상스가 탄생한다는 글귀다.
김지하 시인은 지난해 필자를 부산으로 불렀다. 목포권은 회룡고조(回龍顧祖)요, 부산은 영구망해(靈龜望海)로 두 도시가 만나 동서 균형발전을 통해서 영호남이 화합하고 대통합을 이루는 역할도 당부했다. 그러면서 짧은 시를 낭송했다.
"마누라가 이겼다. 나는 끝났다"좌중은 어리둥절했다. 이게 무슨 의미인가.
"선생님 이 시는 하이쿠(俳句ㆍ일본 단문시) 풍의 시가 아닙니까?"필자는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리고 며칠 후 김 시인은 박근혜 지지를 선언했다. 유신의 최대 피해자요, 민주화의 영웅이었던 김지하. 민청학련 사건으로 사형을 구형 받을 때 "참새도 죽을 때 짹하는 법이다. 사람이라고 짹소리 못할까보냐. 법을 이렇게 끌고 가면 앞으로 어느 미친놈이 법을 지키겠느냐!"라고 말했던 그였다.
그런 세월도 39년이 지났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중심이 된 세상으로 바뀐 것이다. 김지하 시인은 세대 간 국민통합과 산업화와 민주화의 가치통합을 염두에 뒀던 것 같다. 그리고 여성 대통령이 지도자가 된 우리나라가 개벽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대전환의 시대를 맞고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경제 부흥과 문화 융성을 통해 새로운 시대를 여는 창조경제를 이루자고 국민들을 설득하고 있다. 과학기술과 문화와 산업이 융합하고 산업 간의 벽을 허문 경계선에 창조의 꽃을 피우자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민생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지금의 국회는 정쟁으로 끝이 보이지 않고 전쟁이 난 것도 아닌데 여의도는 천막투성이다. 자기정당의 유리한 입장을 위해서 견강부회(牽强附會) 아전인수(我田引水) 식의 논쟁은 이제 바라보다 지쳤다. 태평양 경제시대 유라시아 익스프레스의 꿈을 만들자고 대통령은 뛰어다니지만 정치는 막장 드라마로 치닫고 있다.
중국 속담에 '배움이란 끝없는 과정'이란 말이 있다. 역사를 알면 정책모델로 삼고 예술 작품을 보면 광고로 활용하고 철학을 탐독하면 명료한 사고방식을 얻을 수 있고 심리학을 익히면 관계를 풀어가는 기술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기업들의 성공은 특별하다. 따뜻한 경제 공동체를 만들어가기 위해 더욱 인내하고 사고의 전환으로 내공을 쌓아가는 성찰이 필요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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