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국을 둔 바로 다음 날 제3국이 속개되었다. 승부의 박진감을 위한 타이트한 일정이다. 일본 같으면 대국 당사자가 항의를 했을 테지만 이번 LG배에는 이세돌과 한상훈이 돌이라도 소화할 듯한 왕성한 체력을 자랑하는 터이므로 아무 잡음이 없었다. 이세돌은 25세이고 한상훈은 19세이다. "한상훈에게 불리한 상황입니다. 체력은 좋지만 제2국을 너무 참담하게 패했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내상을 깊이 입었을 겁니다. 그런 입장인데 바로 다음날 결승국을 두어야 하다니. 컨디션 조절이 어려울 것 같아요."(김성룡) 새로 돌가리기를 해서 흑백의 선택권을 한상훈이 갖게 되었다. 한상훈은 주저하지 않고 백을 선택했다. 백번필승을 자랑해온 그인지라 검토진들도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흑7은 이세돌류. 백이 손을 빼는 것이 거의 확실한데도 그는 이 슬라이딩을 무조건 하고 본다. 실리로 앞서겠다는 작전이다. 잠시 뜸을 들이는 한상훈. 그 사이에 사이버오로 생중계실의 김주호가 참고도1의 백1 이하 9를 선보이며 말했다. "이것이 최근의 유행형입니다."(김주호) "하지만 어쩐지 한상훈이 이 코스를 택하지 않을 듯한 예감이 드는걸. 너무도 익숙해진 코스여서 성에 차지 않을 거야."(원성진) 어제는 원성진이 해설을 맡고 김주호가 옆에서 도와주었는데 오늘은 입장이 정반대가 되었다. 역시 한상훈은 우상귀에 두지 않고 우하귀부터 걸쳤다. 10으로 하나 젖혀만 놓고 백12로 훌쩍 날아오른 자세가 그럴듯하다. "낯선 길이군요. 한상훈이 연구해 두었던 모양 같습니다."(김주호) 참고도2의 흑1이면 백2, 4로 두겠다는 것이 한상훈의 주문인 듯하다. 제12회 LG배세계기왕전 결승제3국
○ 한상훈 2단
● 이세돌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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