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판교’의 후보군 중 하나로 꼽히는 경기 화성시 향남지구가 오는 25일 모델하우스 문을 열고 동시분양에 들어간다. 이번 동시분양분 5,800여가구를 포함해 총 1만여가구가 들어서는 판교 이후 최대규모의 택지지구여서 청약 수요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화성 동탄신도시가 수도권 2기 신도시의 첫 주자라는 프리미엄을 앞세워 큰 분양성공을 거둔 터라 향남지구가 화성에서 ‘흥행의 추억’을 되살려낼 지도 관심거리다. 그러나 향남지구의 전망을 마냥 밝게 볼 수만은 없게 하는 단점들도 분명 존재하기 때문에 꼼꼼이 따져봐야 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생활권이 수도권 서남부인 실수요자라면 청약에 나서도 좋다고 조언하고 있다. ◇장점= 향남지구의 장점은 무엇보다 신도시급에 버금가는 규모에 있다. 51만여평 대지에 총 1만여가구가 들어서는 이번 1지구와 오는 2008년 상반기 분양예정인 2지구 94만평(1만5,600가구)을 합하면 총 2만6,000가구 135만평이나 된다. 판교(281만평)ㆍ동탄(273만평)ㆍ양주(184만평) 신도시에도 크게 뒤지지 않는 규모의 신도시급 생활권이 탄생하는 것이다. 대단위 택지지구에는 자연스럽게 기반시설과 생활편의시설, 대규모 녹지 등이 부족함없이 들어선다. 향남 1지구에만 초등학교 4곳과 중ㆍ고교 3곳이 세워지고 11개의 크고 작은 공원이 조성되는 등 공원ㆍ녹지비율이 전체 지구면적의 18.6%를 차지한다. ‘국제ㆍ경제 도시’를 자처했던 인천 송도 신도시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체크 포인트다. 공장 숫자만 3,500여개, 근무인력 10만여명을 헤아리는 화성시에서도 향남제약산업단지와 발안산업단지, 기아자동차 공장ㆍ기술연구소 등 향남지구 주변에 대규모 산업시설이 특히 많다. 대중국 교역을 키워드로 하는 ‘서해안 시대’의 배후 주거단지로 기능할 만한 여건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분양가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전용면적 25.7평의 중형 아파트는 분양가상한제(원가연동제)가 적용된 덕분에 분양가가 평당 650만원 내외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지난해 하반기 원가연동제가 처음 적용됐던 동탄 신도시의 평당 730만~750만원보다 분양가 부담이 한결 덜하다. 이번 분양물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전용 25.7평의 경우 원가연동제가 적용됐지만 사업신청 시점이 빨라 판교 신도시처럼 10년이 아닌 5년 동안만 전매제한을 받는다. 아울러 향남지구가 전용 25.7평 이상(공급면적 33~34평형)의 중대형 아파트로만 구성돼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단점= 향남지구가 갖고 있는 최대 단점은 역시 서울로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서울 도심과 약 40km 떨어져 있어 출퇴근이 쉽지 않다. 경부고속도로 축에 위치한 화성 동북부의 동탄 신도시와 달리 화성의 서남부에 치우쳐 있어 서해안고속도로(발안IC) 쪽이 오히려 가깝다. 39ㆍ43ㆍ82번 국도가 교차하고 각종 접속도로의 신설ㆍ확장이 예정돼 있는 등 도로여건은 나아질 전망이지만 철도나 전철ㆍ경전철 등은 계획이 없어 대중교통이 취약하다. 비슷한 지역수요를 놓고 경쟁해야 할 수원 광교 신도시 등의 택지지구에 비해 입지적 여건이 뒤처진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2만4,000여호가 들어서는 341만여평의 광교 신도시는 내년 말부터 분양될 예정이다. 또 수요를 창출할 배후 산업단지가 많다고는 해도 삼성 반도체 단지의 수혜를 톡톡히 본 동탄보다는 못하다는 평가가 많다. ◇전문가 전망= 부동산 전문가들은 판교 정도의 최상급 조건을 두루 갖춘 택지는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에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직장 출퇴근에 무리가 없는 수도권 서남부의 실수요자들은 쾌적한 주거환경이 보장되는 향남지구에 청약해 볼 만 하다는 뜻이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향남지구는 화성시의 산업수요를 흡수할 뿐 아니라 황해 경제자유구역의 시발점이 되는 지역이어서 더 발전할 여지가 많다”며 “향후 추가개발될 향남2지구는 분양가가 더 비싸질 가능성이 커 분양가 메리트도 있다”고 말했다. 김규정 부동산114 팀장도 “향남지구의 입지가 판교ㆍ하남은 물론 동탄에 비해서도 밀리지만 택지지구는 규모도 무시할 수 없다”며 “큰 욕심없이 적당한 가격에 수도권에 내집 마련을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면 좋다”고 조언했다. 반면 함영진 내집마련정보사 팀장은 “수도권 주거벨트의 한계가 남쪽으로 광교ㆍ동탄 정도까지라고 보면 향남지구는 거리상으로 서울쪽 투자수요를 흡수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며 “웃돈을 챙기겠다는 욕심보다는 철저하게 실수요 위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