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평론가로 한국의 외환 위기를 예측했던 저자가 한국 경제의 미래를 전망했다. 제목에서도 가늠할 수 있듯, 희망적 미래보다 글로벌 경제에 휘청거리는 한국의 슬픈 초상화를 그렸다.
저자는 지난 4월 총선 이후 한국은 경제적 주권을 더 잃었으며 결국'자본 식민지'가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그렇다면 만약 한국이 자본 식민지가 된다고 했을 때 종주국은 어디가 될까? 표면적으로는 미국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저자는"특정 국가가 종주국이 되는 건 아니며 진짜 종주국은'글로벌 자본'"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외환 위기 이후 글로벌 자본이 급격하게 한국에 유입돼 결국 한국은 한국인의 것이 아니게 됐다고 꼬집는다. 저자는"현재 한국의 3대 수출기업인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POSCO의 매출 규모를 합하면 약 370조원으로 3개 회사가 한국 GDP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이들 회사의 외국인 지분이 약 50%를 웃돌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렇게 되면 아무리 많은 영업이익이 발생해도 상당액이 외국 투자자에 대한 배당금 지급으로 빠져나가고 결국 국내 경기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또, 상대적으로 글로벌 위기에 대처하는 능력 역시 현저히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저자는 기형적인 한국의 무역의존도도 꼬집는다. 무역의존도가 100% 가깝게 확대된 탓에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외국 거대 자본에 착취당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한다. 기형적 무역의존도의 배경으로 저자는 한국 정부의 원화 가치 절하 정책을 꼽는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 위기로 원화는 대폭락 직전이었다. 한국 정부는 우선 대기업을 회복시켜 한국 경제를 견인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원화 가치 절하 정책으로 수출 대기업을 해외로 진출시켜 경제를 성장국면으로 되돌리려는 것이다. 원화가치가 약세를 보이면 수입 물가는 오른다. 수입 물가를 끌어올리자 국내에 인플레이션이 일어났다. 결과적으로 경제가 성장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임금은 하락하고 실업자는 늘어났으며 가계는 빚에 의존해 허덕이는 형국이 됐다. 저자는"현재 한국 경제는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이 동반 상승하므로 일종의 스태그플레이션(침체 속 물가 상승) 상태"라고 말한다.
이웃나라 일본의 경제 전문가가 건네는 쓰디 쓴 말이 비수가 되어 가슴팍에 꽂히지만, 객관적 수치를 인용하며 조목조목 날 선 비판을 건네는 저자의 충고가 허투루 들리지는 않는다. 1만 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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