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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지난해 무역 1조달러를 조기에 달성했지만 수출의 수익성 측면에서 보면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때보다 약 40%가량 하락했다. 독일과 일본이 같은 기간 10% 내외 정도 감소한 점을 감안하면 큰 폭으로 줄어든 셈이다.
수출의 양적 확대와 반대로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수익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제조업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새로운 정책 설계가 시급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제조기업와 금융기업 간의 진정한 동반자 관계 형성이다. 제조업에 대한 금리 인하 조치와 "중소기업이 살아야 은행도 존재한다"는 인식이 더욱 확산돼야 한다.
지난주 한국산업단지공단이 경남 창원에서 개최한 '클러스터와 금융의 만남'행사에서도 제조업체들과 금융회사는 동반자 관계의 중요성에는 동의하지만 현실의 장벽은 여전히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 여전한 두 자리 수 대출금리의 존재, 만기연장의 이유 없는 불가, 만기연장시 대출축소ㆍ금리 인상 등 세계적인 제조업 기반 국가에서 상상하기 힘든 후진적 관계가 드러난 것이다.
행사 현장에서는 정부의 자금제공 기능이 좀 더 빠르게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세계 경기 불황과 같이 예측 못한 소나기가 내릴 때 견실한 경영을 하는 중소기업만이라도 정부가 자동적으로 구원등판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정부의 정책자금 공급은 양적으로도 부족하고 대출기간이 경기순환 사이클에 비해 짧은 데다 민간 금융과의 연계도 매우 부족하다. 중소기업들에는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투자계획 등을 사전에 금융회사와 수시로 협의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진정한 동반자 관계 형성을 위해서는 경영 투명성을 높이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얘기다.
필자는 중소기업과 금융기관 사이에 제대로 된 동반자 관계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가칭 '제조ㆍ금융ㆍ서비스의 10개년 세계경쟁력 강화'정책을 제안하고 싶다. 제조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고용 증진과 사회복지 확대를 이뤄나간다는 큰 틀 아래 제조업ㆍ금융업ㆍ서비스업 간 상호관계를 혁신시킬 수 있는 경제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이 골자다.
미국, 유럽은 물론 신흥 경제대국까지 가세한 글로벌 제조업 경쟁에서 한국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불합리한 제조기업과 금융의 구조ㆍ관계를 재설정하는 데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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