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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지멘스 스캔들' 일파만파

그리스 엑소더스 속 지멘스만 3억유로 투자에<br>과거 불법행위 덮으려는 부당거래 의혹 불거져


그렉시트(Grexitㆍ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공포에 휩싸인 그리스에서 '지멘스 스캔들'이 정치문제로 비화하며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그리스 재무부의 발표를 인용한 것에 따르면 최근 독일 전자업체인 지멘스는 그리스에 앞으로 5년간 인프라 건설을 위해 총 9,000만유로를 지원하고 올해에만도 1억유로를 투입하기로 했다. 또한 6,000만유로를 들여 새 공장을 건립, 700여명을 신규 고용하는 것은 물론 현재 600여명 규모의 지멘스 그리스 법인도 계속 유지한다고 밝혔다.

전세계 은행과 기업, 심지어 자국민까지 경제파탄을 우려해 그리스를 떠나는 마당에 유독 지멘스만 그리스에 총 3억3,000만유로에 달하는 투자를 집행하기로 한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대규모 투자가 당장 한푼이 아쉬운 그리스 정부와 각종 불법을 저질러온 지멘스 간의 협잡에 가까운 주고받기로 성사됐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텔레그래프도 야당 정치인을 인용해 이번 투자의 배경에는 지난 1997년부터 이어진 그리스와 지멘스 간 정경유착 스캔들을 적당히 덮으려는 양측의 부당거래가 자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부터 그리스 의회는 지멘스가 10여년간 정치권에 뇌물을 살포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했다며 총 20억유로의 손해배상을 요구해왔다. 과거 지멘스는 그리스 통신회사 OTE로부터 5억유로 상당의 장비계약을 따내기 위해 법인 수입의 2%가량인 3,500만유로를 정치권에 뿌렸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때는 보안 시스템 설치계약을 수주하기 위해 그리스 내무부 및 국방부 관리에게 2억유로를 준 바 있다. 하지만 지멘스 측은 스캔들에 연루된 그리스 지사 임원을 본국으로 긴급히 귀환시키고 이 같은 손해배상 요구도 전면 묵살해왔다.



이런 가운데 최근 그리스 정부가 대규모 투자를 핑계로 지멘스에 면죄부를 주려고 하자 야당은 정당한 사법처벌이 빠졌다며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다.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던 지멘스 스캔들이 오히려 이번 투자를 계기로 또다시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급진좌파연합 시리자의 디미트리스 파파디몰리스 대변인은 "이번 계약은 사법권 위에서 이뤄진 것으로 지멘스는 3억3,000만유로라는 '부스러기'로 20억유로의 막대한 벌금을 피해갔다"며 "거대한 스캔들 위에 또 하나의 스캔들이 더해졌다"고 비판했다.

코스타스 마코폴로스 그리스독립당 총무는 "안토니스 사마라스 총리가 24일(현지시간) 그리스 긴축시한 연장을 논의하기 위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사마라스 총리가 긴축조건 완화를 이끌어내기는커녕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지멘스에 면죄부를 줬다"고 꼬집었다. 또한 "사마라스 총리는 트로이카(EUㆍECBㆍIMF)와의 긴축조건 재협상을 위해 선출된 사람이지만 이를 망각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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