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간) 종료된 올해 마지막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통화정책을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에 연계시킨 것이다. 이는 미국 경제가 직면한 최대 과제가 실업문제이며 이를 해결할 때까지는 금리인상이나 유동성 회수 등 출구전략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더욱 명확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월가는 지난 10월 FOMC에서 논의된 이 방안이 일러야 내년에 도입될 것으로 예상해왔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월가의 관측보다 한 박자 빨리 움직인 셈이다.
시장참가자들에게 금리정책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함으로써 데이터만으로도 FRB의 통화정책을 가늠할 수 있게 해 통화정책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고 정책의 효과를 제고하겠다는 것이 FRB의 의도다.
FOMC는 인플레이션율이 2.5%를 넘지 않는 선에서 실업률이 6.5%에 다다를 때까지 사실상 제로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오는 2015년 중반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이는 경제상황이 나아지면 금리전망이 바뀔 수 있다는 약점이 있었다.
버냉키 FRB 의장은 "필요한 때까지 완화적인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FRB의 의도를 밝힌 것"이라고 새로운 정책의 배경을 설명했다. 한 발 더 나아가 벤 버냉키 FRB 의장은 FOMC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실업률이 6.5%가 됐다고 해서 즉각적으로 금리인상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고 지속적인 일자리 증가세가 나타나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그렇다고 2015년까지 제로금리 유지라는 기조가 변한 것은 아니다. FRB는 실업률이 오는 2015년에야 6.5%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 FRB가 상정하고 있는 고용과 인플레이션 타깃에 대한 변화도 없다. 버냉키 의장도 FRB의 고용 극대화 실업률은 5~6%라고 밝혔다. 인플레이션 목표치도 2%로 동일하다. 즉 실업률 6.5%라는 가이드라인은 5~6%라는 고용 극대화 수준에 도달하기 전에 금리인상을 시작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 달라는 것이다.
3.5차 양적완화(QE3.5)라고 할 수 있는 새로운 국채 매입프로그램 역시 장기금리를 낮춰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도록 경기부양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다. FRB의 자산규모는 지난주 현재 2조8,100억달러에 달한다.
여기에 9월부터 시작된 매월 400억달러 규모의 모기지 증권 매입에다 월 450억달러의 새로운 국채 매입까지 더해지면 내년 1월부터 매월 850억달러의 채권을 사들이게 된다. 이에 따라 내년 말 FRB의 자산 규모는 4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간 미국의 경제 규모인 16조달러의 4분의1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다.
이날 FRB가 예상을 뛰어넘는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계속하겠다는 신호를 보냈지만 뉴욕증시는 다우지수가 3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치는 등 거의 변동이 없었다.
추가적인 국채매입이라는 소재는 이미 예상됐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역설적으로 FRB가 이례적인 완화정책을 고집스럽게 밀어붙여야 할 정도로 미국 경제의 앞날이 순탄치 않고 시장이 정책의 효과에 대해서도 반신반의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세계 최대 채권 운용사인 핌코의 엘 에리언 최고경영자는 이와 관련, "시장의 투자자들은 마치 효과가 검증되지 않는 임상실험 약을 투여 받는 환자와 같다"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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