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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용의자 총격살해' 美 백인경관에 무혐의 잇따라

미국에서 뿌리 깊은 인종차별 관행과 공권력 남용에 항의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흑인 용의자에게 총을 쏴 숨지게 한 백인 경관에 대한 무혐의 처분이 되풀이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일리노이 주 레이크카운티 검찰은 흑인 고교생 저스터스 하우웰(17)에게 2차례 총을 쏴 숨지게 한 자이온 시경 소속 백인 경관 에릭 힐(32)을 기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힐 경관은 지난달 4일 오후 2시께 주택가 골목에서 총기 거래를 시도하다 경찰을 보고 달아나던 하우웰의 뒤를 쫓다가 등에 총격을 가했다.

마이클 네르하임 검사는 하우웰이 손에 총을 쥐고 있었다는 경찰 주장을 근거로 “힐 경관의 무력 사용 결심을 정당한 것으로 결론지었다”고 밝혔다. 그는 “하우웰은 무기를 가진 위험한 존재였고 총을 버리라는 경찰 명령에 따르지 않았다”며 “힐 경관이 생명의 위협을 느껴 자신과 동료 경찰관을 보호하기 위한 합리적이고 정당한 행동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네르하임 검사는 감시카메라에 녹화된 사건 현장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하우웰이 달아나다가 몸을 틀어 뒤를 살피는 모습과 손에 총을 쥔 듯 보이는 장면을 근거로 제시했다. 그는 “모든 살인이 다 범죄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조사를 통해 힐 경관의 하우웰 살해는 ‘정당한 살인’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하우웰의 가족과 일부 주민들은 “동영상 어느 장면에도 하우웰이 위협적인 자세를 취한 증거가 없다”면서 “꼭 죽였어야만 했느냐”고 개탄했다. 이들은 “이것은 치안이 아니라 공권력 남용”이라며 “힐 경관을 살인 혐의로 처벌해줄 것”을 요구했다.



시카고 트리뷴은 “사건이 발생한 자이온 시는 인구의 60% 이상이 흑인과 히스패닉계지만 경찰 인력 50명 가운데 흑인은 단 3명, 히스패닉계는 4명 뿐”이라며 “인구 대다수가 흑인과 히스패닉계인데도 경찰 인력은 대부분 백인인 도시가 자이온 뿐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힐 경관은 사건 발생 후 휴직 조치됐으나 검찰의 결정에 따라 곧 업무에 복귀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8월 미주리 주 퍼거슨에서 비무장 흑인 10대를 총격 살해한 백인 경관이 무혐의 처분을 받으면서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했으나 사법 관행은 쉽게 변하지 않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위스콘신 주 데인카운티 검찰이 아파트 내부에서 소란을 피운 흑인 혼혈 청년(19)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한 백인 경관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려 주민들의 항의 시위를 촉발했다. 또 지난달 20일에는 시카고 법원이 휴대전화기를 권총으로 오인하고 총을 난사해 무고한 20대 흑인 여성을 숨지게 한 시카고 경찰국 소속 단테 서빈(46) 경관에 대한 검찰의 기소를 기각해 논란이 됐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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