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면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분다. 바람이 부는 것은 태양으로 인한 육지와 물의 온도 차가 공기압 변화를 일으키기 때문이라고 한다. 벌써 여름의 문턱에 다다라 아쉽지만 상쾌한 봄바람은 언제나 신선하다.
이렇게 낭만적인 봄바람은 나무들에는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생명력을 강인하게 하기 위한 하나의 통과의례다. 겨우내 얼어 있던 나무를 흔들어 약한 가지를 털어내고 뿌리에서 끌어올린 영양분을 나무 끝까지 골고루 퍼지게 한다. 그래서 뿌리를 깊게 내려 더 큰 바람인 여름 태풍에 대비하게끔 하는 것이다.
기업에도 바람은 항상 불어온다. 특히 전 세계가 하나의 시장으로 연결된 최근에는 자그마한 미풍도 기업에 큰 영향을 준다. 중국의 한류 바람으로 화장품 업계가 대박이 나기도 하고 일본의 엔저 바람이 우리나라 수출기업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봄바람이 될 수도 있고 태풍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태풍과 같은 큰 바람이 불기 전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나무들이 봄바람을 이용해 체력을 키우는 것처럼 기업들 또한 경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바람이 불기 전 미리 기업의 상태를 진단해 경영의 뿌리를 튼튼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현재 수행하는 사업과 제품 라인을 점검하고 재편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수익성과 미래 성장성이 떨어지는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하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자동차 부품을 생산해 납품하던 A사는 현대자동차의 해외 현지화 전략에 따라 생산제품의 국내 수요 감소가 예상돼 이에 대비할 묘책이 필요했다. 그러던 중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소개로 자동차 소형 차체부품 전문 기업인 J사를 인수하는 동시에 정책자금과 컨설팅, 마케팅 지원을 통해 안정적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사례로 1차 전지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납품하던 중견기업이 소형 배터리 시장의 정체를 극복하기 위해 대학교수와 학생이 주축이 된 기술력이 우수한 소규모 벤처기업을 인수해 2차 전지 분야로 사업구조를 재편했다.
정부에서도 이러한 흐름에 맞춰 기업의 신속한 사업구조 개편을 위해 절차적 특례를 보장하고 금융·세제지원 등을 함께 제공하는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대기업의 재편 사업에 대한 중소기업의 인수 참여와 중소기업 간 인수합병(M&A) 등에 대한 세부사항 마련으로 보다 광범위한 지원 정책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바람은 항상 불어오지만 어떻게 대비하느냐가 중요하다. 바람이 부는 것은 자연현상이지만 바람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생존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리 중소기업이 선제적으로 준비해 새로운 바람을 성장의 순풍으로 만들어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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