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의 ‘아킬레스건’으로 부상한 서브프라임 모기지(주택담보대출) 부실에 대해 금융감독당국이 직접 규제에 나섰다. 그러나 규제 강화가 오히려 대출자들의 상환불능과 주택압류를 야기해 전체 주택시장 냉각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이날 은행의 서브프라임 대출 승인 요구조건을 강화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 즉각 시행토록 했다. FRB의 새 가이드라인은 지난해 9월 제시한 기준을 한층 강화한 것으로 은행들이 개인의 소득 수준을 면밀히 조사해 대출을 갚아나갈 능력이 있는지 검증토록 하고 있다. 또 주택 구입자들이 대출을 받을 때 변동금리와 대출기간에 대해 자세히 숙지하도록 은행들의 정보 공개를 의무화했다. FRB의 랜달 크로즈너 이사는 “대출업체와 개인 양쪽이 부담하는 위험을 함께 낮추기 위해 이 같은 지침을 내렸다”고 말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신용도가 낮은 개인이 고금리로 대출하는 것으로, 최근 주택경기 침체와 함께 대출 연체가 급증하고 있다. 실제 미국 최대 모기지 대출업체인 컨트리와이드파이낸셜(CFC)은 앞서 2일 실적발표를 통해 지난해말 기준 서브프라임 모기지 연체율이 전년대비 3.8%포인트 급증한 19%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체 모기지 연체율도 1.6%포인트 오른 2.9%라고 덧붙였다. 이 발표로 이 회사 주가는 이날 1.12% 떨어졌다. 또 서브프라임 부실의 확대로 분기 실적 발표를 아예 연기한 뉴센트리파이낸셜(NEW)은 이날 주가가 7.57% 급락했다. 앞서 실적을 공개한 HSBC는 서브프라임 운영 악화로 전체 모기지 대출에서 부실비율이 20%, 금액으로는 105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발표, 시장에 충격을 줬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대출기준 강화가 그렇지 않아도 가라앉은 주택시장을 더욱 냉각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더그 던컨 모기지은행협회의 수석 애널리스트는“이번 규제는 시장악화로 고생하고 있는 수많은 모기지업체에 치명타가 될 것”이라며 “주택구입자의 지불능력을 축소시켜 악순환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벤 버냉키 FRB 의장은 이날 스탠포드대에서 가진 강연에서 “서브프라임 대출문제가 아직 신용도가 높은 프라임 대출까지 번지지는 않았다”면서도 “부실 여파의 확산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