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바통을 이어받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사퇴한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 인선 과정에서 현 청와대의 인사시스템을 활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권교체기에 반복되는 인사검증 부실을 보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참여정부 말기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일했던 한 관계자는 3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이명박 정부도 인수위원회 시절 청와대가 가지고 있는 주요 인사파일만 건네 받고 이를 기초로 후보군에 대한 현장검증과 평판조사 같은 정밀검증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새 정권은 주요 인사검증을 옛 정권 손에 맡기기 싫어하는 속내가 있어 정권교체기에 인사검증 부실이 반복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당시 정권교체에 대한 반감 때문인지 참여정부에서는 자료를 넘겨주지 않고 비협조적이었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 측도 현 청와대의 주요 인사파일만 넘겨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주요 후보군에 대한 현장검증과 평판조사 등을 당선인 비서실 정무팀이 직접 수행하면서 철저한 검증을 하지 못해 김 총리 후보자가 사퇴했다는 것. 이에 박 당선인 측은 후임 국무총리ㆍ장관 인선 시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축적해온 1만명 이상의 검증된 인사 파일을 적극 활용하기로 입장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인력은 20여명으로 국가정보원과 검찰ㆍ경찰 등에서 파견 나간 인력이 포함돼 있다. 공직기강비서관실 인사파일은 각종 의혹에 대한 현장 확인과 주변 탐문 활동을 통해 확인한 사실을 토대로 대통령실장 소속 인사기획관실의 인사 파일 및 국세청, 검찰 등의 관련 자료와 대조 작업을 벌이면서 정밀 검증한 내용이 담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내가 쓰는 사람을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 없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며 "인사검증 부실은 새 정권에 큰 부담이 되는 만큼 기존 청와대의 인사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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