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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아파트 전세 5000만원, 충격 가격에도…
허허벌판 속 아파트만 덩그러니…■ 내달 입주 앞둔 영종하늘도시 가보니…상가 등 기반시설 전혀 없어 매수세 끊기고 전세도 안 찾아입주예정자 계약해지 소송 등 곳곳서 분쟁·갈등 잇달아
영종=박홍용기자 prodigy@sed.co.kr
곳곳에서 부지조성공사로 어수선한 영종하늘도시 전경. 오는 8월부터 대규모 입주가 이뤄지지만 기반시설은 전무해 수요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서울경제DB
"분양권 전매가 풀리면 뭐합니까. 거래가 전혀 없어요."(영종하늘도시 K공인 관계자)
"이것저것 해달라는 입주자 요구사항은 빗발치지만 잔금도 제대로 안 들어오는데 어떻게 들어줄 수 있겠습니까."(B시행사 관계자)
서울에서 시원하게 뚫린 인천공항고속도로를 인천 영종하늘도시까지 도착하는 데 채 3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눈앞에 펼쳐진 영종하늘도시의 모습은 막막하기만 했다. 오는 8월 동보노빌리티 아파트 585가구를 시작으로 내년 1월까지 총 9개 단지 1만여가구가 잇따라 입주자를 맞지만 현장은 골조공사가 마무리돼가는 아파트 외에는 허허벌판이었다. 단지 주변은 여전히 계속되는 부지조성공사를 위해 오가는 중장비로 어수선했고 도로에는 흔한 가로등조차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입주 임박했지만 전세 수요마저 거의 없어=영종하늘도시에서 만난 한 입주예정자는 "기반시설이 전혀 안 갖춰져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 정도일줄은 몰랐다"면서 "간식거리 하나 사려고 해도 차를 끌고 나가야 하는 곳에 어떻게 입주를 하겠느냐"고 되물었다.
실제로 영종하늘도시 상업지역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부족한 기반시설 지원을 위해 임시로 지은 농수산물장터와 입주민지원센터만 덩그러니 자리잡고 있었다.
이 일대 중개업소도 개점휴업 상태다. 지난 5ㆍ10 부동산대책으로 전매제한이 풀리면서 업소마다 매물이 쌓여 있지만 사려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단지와 주택형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최초 분양가보다 10~20% 정도 가격이 내렸음에도 매수세는 실종 상태라는 게 일대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이 지역 C공인 관계자는 "거래가 안 되다 보니 분양권 해지를 알선해주겠다는 브로커의 전화만 빗발치고 있다"고 전했다.
기반시설이 거의 없다 보니 전세 문의도 많지 않다. Y공인 관계자는 "공항신도시에서 새 아파트로 전세를 옮기려는 수요가 간간이 있기는 하다"며 "생활이 불편하더라도 값싼 전세물건을 찾는 경우"라고 말했다.
실제로 영종하늘도시 일대 아파트 전셋값은 66~95㎡의 중소형의 경우 5,000만원이면 구할 수 있을 정도다. 여기에 2,000만원 정도만 더 내면 99~128㎡의 중대형 아파트 전세도 얻을 수 있다.
◇곳곳에서 갈등ㆍ소송=사정이 이렇다 보니 영종하늘도시는 곳곳에서 갈등과 소송으로 시끄럽다. 입주예정자들은 최초 분양 당시 인천경제구역청에서 밝힌 대로 기반시설이 들어서지 않자 입주를 거부하며 정부와 LHㆍ건설사 등을 상대로 집단 계약해지 소송을 벌이고 있다.
건설사 역시 불만이다. 이곳에서 아파트를 분양했던 한 업체 관계자는 "건설사 역시 밀라노디자인시티나 제3연륙교가 들어올 것이라는 정부의 말을 믿고 용지를 매입했던 것"이라며 "지금으로서는 상업시설이라도 하루빨리 들어서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분간 입주자들은 큰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10필지의 상업용지가 우여곡절 끝에 팔리기는 했지만 아직 착공조차 안된 탓이다.
이 지역 Y공인 관계자는 "분양된 상가가 준공될 때까지는 생활불편은 어쩔 수 없을 것"이라며 "그나마 상가가 들어서고 나면 좀 나아지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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