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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론몰이로 치닫는 경제민주화

새누리당이 국민 대부분이 경제민주화에 찬성한다는 내용의 설문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당내 의원단체인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 외부 전문기관을 통해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국민의 79%가 경제민주화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는 것이다. 대선후보를 선택할 때 경제민주화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겠다는 의견은 86.9%에 달했고 대형마트를 강제로 쉬게 해야 한다는 응답도 95%에 이르렀다고 한다. 새누리당 강경파는 절대다수의 국민들이 경제민주화를 지지하는 만큼 여론을 등에 업고 재벌개혁 정책을 밀어붙이겠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설문조사의 내용이나 방식을 들여다보면 공정성과 객관성이 의심스러운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설문에서는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헌법 119조 2항에 명시된 내용을 따로 떼어놓고 제멋대로 경제민주화로 포장해 설문 대상자들에게 입장을 밝히라고 압박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적정한 소득분배와 경제력 남용 방지라는 헌법정신에 반대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애초부터 원하는 정답을 유도하기 위해 만들어진 편의적 조사의 성격이 짙다.

새누리당은 당내에서 경제민주화에 대한 개념조차 정립되지 않아 경제통을 자처하는 인물들 간에 볼썽사나운 입씨름이 벌어지고 있다. 원내대표조차 경제민주화가 뭔지 모르겠다며 질문을 해대는 판국에 국민들을 상대로 설문조사까지 했다니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대기업의 순환출자나 출자총액제한제도처럼 일반인들에게 난해한 정책에 대해서도 찬성과 반대라는 도식적인 질문을 통해 90% 이상의 답변을 이끌어낸 것 또한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이러다 보니 당내에서 응답자들이 질문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었는가 하는 문제 제기까지 나왔다고 한다. 그런데도 조사 결과를 굳이 공개한 것은 무책임한 행위이다. 내부참고용 정도로 해야 할 어설픈 조사 결과를 만천하에 펼쳐놓으면 국민을 오도하기 십상이다.

국민들은 선거를 앞두고 백가쟁명식 주장만 난무하는 경제민주화에 벌써부터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새누리당은 무책임한 여론몰이로 표를 얻겠다는 궁리에만 골몰할 게 아니라 벼랑 끝에 몰린 서민경제 살리기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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