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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예정구역 '백조'서 '미운 오리'로

재건축 추가분담금 많고 아파트값 하락에 매력 감소<br>노후주택 주민들 "그냥 고쳐 살래요" 해제신청 잇따라


서울 동덕여대 인근 상월곡동 77-1번지 일대. 단독주택 위주로 다세대ㆍ다가구가 밀집된이 곳은 지난 2006년 재건축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됐다가 최근 다수 주민들이 원해 해제절차를 밟고 있다. 과거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통했던 정비예정구역이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한 사연은 이렇다. 동덕여대생들을 대상으로 하숙을 치거나 세를 놓는 집이 많은 이 곳 주민들은 부동산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을 때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돼 쾌재를 불렀다. "땅 지분에 해당되는 아파트를 주겠다"는 정비업체의 말을 믿고 서둘러 2007년 다수가 동의해 구청으로부터 재건축추진위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아파트 입주를 위해 최소 1억~2억원 이상의 추가분담금이 필요한데다 전세금 빼주면 빚에 허덕일 수 있고, 원주민 재입주율이 30~40%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현실에 눈뜬 것이다.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되면서 건축제한을 받아 신축이나 증ㆍ개축을 못해 불편한 점도 재건축을 포기한 주 요인이 됐다. 조장환 재건축추진반대위원회 대표는 "정비예정구역 지정 전 지분 3.3m²당 800만~900만원선에서 지금은 1,200만원선으로 오르긴 했으나 재건축시 추가분담금을 2억~3억원씩이나 내야 돼 재건축을 추진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노인이 많고 세를 받거나 하숙을 치는 경우가 많아 80%가량 동의를 받아 구청에 정비예정구역 해제신청을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단독ㆍ다세대ㆍ다가구 밀집지역 정비예정구역 주민들이 잇따라 해제 신청을 하고 있다. 아파트값 하락으로 인해 재개발ㆍ재건축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에서 신축은 물론 증ㆍ개축 등 재산권 행사에 제약이 따르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실제 주민들이 원해서 지난 2004년부터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 받은 520곳 중에서 이미 3곳이 해제된 데 이어 추가로 5곳이 해제절차를 밟고 있다. 더욱이 해제추진 지역 중 2곳은 인프라가 취약한 재개발 정비예정구역이다. 이 곳들 말고도 해제여부를 놓고 주민간에 마찰을 빚고 있는 곳도 마포구 공덕1구역을 비롯해 여러 곳이 있다. 최근 정비예정구역에서 해제된 마포구 연남동 239-1번지와 상수동 93-104번지의 경우도 논란이 적지 않았다. 권창주 서울시 주거정비과장은 "아파트값이 떨어져 메리트가 없어졌고 건축제한 등 오히려 불편한 점도 많아 시청과 구청에 정비구역 해제절차에 대한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경기가 서울보다 더 좋지 않은 지방의 경우 정비예정구역 해제가 무더기로 이뤄지고 있다. 부산광역시와 대전광역시의 경우 최근 노후도 등 재개발ㆍ재건축 정비예정구역 지정요건을 대폭 강화해 각각 487곳 중 107개, 202곳 중 23개를 해제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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