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병술년 첫 해돋이를 맞으며

병술년 새해를 앞두고 일출을 보기 위해 지난 31일 강원도를 찾았다. 을유년 마지막 날 흐린 날씨 때문에 새해 해돋이 구경은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병술년 첫날의 태양은 모든 사람들의 희망을 담고 찬란히 떠올랐다.

새해가 밝은 강원 주문진항은 아침부터 활기를 띠었다. 오징어잡이 철이 지났지만 신선한 생선을 구입하기 위해 이곳 주문진 새벽 어시장을 찾는 현지 사람들과 일출을 보러 동해안을 찾은 외지 관광객들로 인해 횟집과 건어물 가게는 성시를 이뤘다.

한 상인은 “불황에다 산불까지 겹쳐 어려움이 많았지만 그나마 지난 가을 오징어가 풍어를 이뤄 그나마 다행”이라며 “올해는 고기도 많이 잡히고 지역 경제가 살아났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시장 상인의 이러한 바람처럼 올해 우리 국민들의 살림살이는 나아질 수 있을까. 오랜 불황에 시달린 내수가 올해는 분명 나아질 것이라고 모두가 확신하고 있다. 새해를 맞아 본지가 경제전문가들과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대부분은 올해 국민들이 경기회복을 피부로 느낄 수 있을 만큼 본격적인 회복세에 들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유가 등 외부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활황을 이어가고 있고 연말 백화점 매출이 늘어나는 등 소비심리 회복 조짐이 나타나면서 이러한 전망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경제가 다시 살아나더라도 모든 국민들이 과실을 함께 나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민들은 오랜 불황과 여기저기서 불거진 사회적 갈등으로 인해 마음이 많이 지쳐 있다. 사회 양극화는 더욱 심해지고 지역간의 격차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계층간, 지역간 갈등도 풀어야 할 과제다.

일례로 기자가 일출을 보기 위해 찾은 강원도는 혁신도시 선정 문제로 인해 영서 지방과 영동 지방의 갈등이 재연되고 있었다. 혁신도시 선정에서 탈락한 강릉 시내에는 ‘분도(分道)’를 주장하는 현수막이 여기저기 나부끼고 있었다. 올해는 경기회복뿐 아니라 국민들 사이에 깊이 패인 갈등을 치유하고 화합과 상생의 정신을 되살리는 것도 필요하다.

병술년 첫 해돋이를 맞는 사람들은 지난 한해를 쉽지 않게 보냈지만 새해의 설렘과 기대감으로 희망이 가득 찬 표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