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는 불법 쟁의행위에 대해 초기에는 징계와 민형사 소송으로 대응하다 원만한 임금ㆍ단체협상을 위해 취하해왔다. 회사의 물러터진 대응이 이어지자 노조 대의원 정도면 회사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도 생산라인을 세울 수 있다는 인식이 현장에 퍼졌다. 올 상반기에만도 6건의 무단정지로 1,000여대의 생산차질이 빚어진 이유다.
강력한 노조와 온정주의적 노사관계는 생산성 향상의 발목을 잡았다.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차 1대를 만드는 데 투입된 총시간(HPV)이 지난 2007년 20.6시간에서 2011년 14.6시간으로 29% 감소한 반면 국내에서는 30.5시간에서 31.3시간으로 오히려 늘어났다. 중국 베이징 공장의 19.5시간과도 큰 차이가 난다. 신차 출시에 앞서 생산라인의 자동화ㆍ모듈화율이 높아져 적정 표준인원이 감소하지만 노조의 반대로 인력 재배치 등이 어려워 인력과잉 상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시간당 평균 임금도 34.8달러로 일본과 비슷하고 임금상승률은 중국보다 높다.
비정상적 노사관계와 고비용 저효율 구조는 경쟁력을 갉아먹고 국내 투자ㆍ일자리를 줄일 뿐이다. 그런 점에서 늦게나마 원칙적 대응이라는 칼을 빼든 것은 다행스럽다. 현대차는 올 상반기에 정규직 노조간부의 생산라인 무단정지, 근무지 무단이탈, 기물파손 등 5건의 불법행위를 고소하고 이 중 2건은 민사소송도 냈다. 이번 손해배상 판결도 그 가운데 하나다. 현대차 노사는 이번 판결을 노사관계 선진화의 전환점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일자리도 지킬 수 있다. 한때 자동차의 메카였지만 경쟁력을 잃고 파산한 미국 디트로이트시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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