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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12월 23일] 상생의 노사관계 가능성 보여준 현대차
입력2009-12-22 18:50:57
수정
2009.12.22 18:50:57
현대자동차 노사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에 잠정 합의함으로써 15년 만에 무파업 타결이라는 뜻깊은 결실을 거두게 됐다. 노사 양측은 기본급을 동결하는 대신 성과급 300%와 격려금(500만원, 주식 40주) 등 1인당 평균 1,550만여원 지급 및 노조의 경쟁력 확보 노력과 사측의 고용보장 약속을 내용으로 한 임단협안에 합의했다. 기본급 동결은 지난 1987년 노조 창립 이래 22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며 23일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합의안이 통과될 경우 현대차는 1994년에 이어 두번째로 파업 없는 해를 맞게 된다.
이번 합의는 오랜 갈등과 대립ㆍ파업의 악순환을 끊고 대화를 통한 상생의 노사관계를 향한 첫 걸음을 내디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사측은 임금동결과 노조의 경쟁력 확보 노력을 얻어냈고 노조는 소모적 투쟁 대신 실리를 최대한 취하고 강성 이미지를 불식시킴으로써 '윈윈'의 결과를 끌어낼 수 있었다.
이는 노사 모두 한발씩 양보함으로써 가능했다. 특히 9월 새로 구성된 노조집행부의 합리적인 인식과 활동이 큰 힘이 됐다. 새 집행부는 상급단체인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의 투쟁일변도 노선과는 거리를 뒀으며 이번 협상에서도 최대 난제였던 주간2교대제 논의를 내년으로 넘김으로써 걸림돌을 먼저 치우는 유연함을 보였다.
노사관계 안정은 현대차는 물론 국내 자동차 산업, 더 나아가 우리 경제의 시급한 과제 가운데 하나다. 글로벌 경제위기에서도 현대차가 눈부신 실적을 올린 것은 자체 노력 못지않게 환율과 세제혜택이라는 외부적 도움이 컸다. 일각에서는 국민의 세금으로 현대차 노조원들의 배만 불린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환율효과 등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고 일본 업체들의 공세도 거세지고 있다.
힘겨운 싸움을 앞둔 셈이다. 기술과 품질면에서 현대차의 실력이 크게 향상됐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특히 파업이 연례행사처럼 벌어지는 후진적 노사관계로는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다. 오랜 진통 끝에 얻어낸 무파업 타결을 계기로 현대차 노사관계가 새롭게 정립되는 것은 물론 우리 노동운동의 변화를 이끄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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