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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은 지방자치선거다. 자치(自治)라는 말의 뜻처럼 지역 주민들의 살림살이를 챙기는 일꾼을 뽑는 선거여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지방자치선거는 자치라는 본래적 의미보다는 대통령선거를 정점으로 하는 중앙정치의 종속변수가 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통령선거 직후에 치러지는 선거에서는 여당 후보들의 '동반당선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 외의 모든 선거에서 집권여당은 통상 어려움을 겪는다. '정권심판론'이 모든 선거 이슈를 지배하기 때문이다. 지역의 살림꾼을 뽑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도 대통령과 집권여당에 대한 공격만 무성하다. 과연 누가 지역 살림을 잘 챙길 것인가 하는 자치선거 본래의 의미는 사라진지 오래다.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인 지방자치가 부활된 지도 벌써 20년이 지났지만 정권심판론에만 함몰됐던 탓에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지 못했던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최근 나타나는 정치불신과 무당파층의 증가도 이러한 우리나라 선거제도의 구조적 모순에서 한 원인을 찾아야 할 것이다. 5년 단임제 하의 대통령들이 자신의 업적을 창출하는 데 집중하고, 야당은 이를 결사 반대하는 정치 프레임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정권심판 공방전이 각 정당과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들을 사로잡고 있다. 그런 선거에서 국민은 단순한 '장식품'에 불과해진다. 지방선거는 자치를 실현하기 위한 선거다. 정권심판 이전투구에 휘둘려서는 지방선거 본래의 의미를 구현할 수 없다. 이제 국민도 대통령선거ㆍ국회의원선거ㆍ지방자치단체장 선거의 의미를 구분해서 투표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그럴 때 국민은 '선거 장식품'을 벗어날 수 있다. 오는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불과 1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번 선거에서는 그래도 후보에 대한 도덕성과 능력검증을 중심으로 방향이 잡혀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생활 공감 시정, 알뜰한 시정 등 후보들이 내세우는 슬로건에서도 중앙정치의 프레임을 벗어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새로운 지방정치의 싹이 보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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