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 있는 것은 생물이기 때문이지, 인생의 의미를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알든 모르든 우리는 이미 살아 있다. 그리고 생물인 이상 언젠가는 죽는다. 단지 살기 위해, 단지 죽기 위해서라면 실용서나 오락서는 말할 것도 없고, 굳이 교양서 따위를 읽을 필요가 없다. 그것이 필요한 이유는 멋진 삶을 위해, 멋진 죽음을 위해서다." <본문 중에서>
세계대전 직후 일본을 대표하는 지식인으로 사회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쓴 '책은 어떻게 읽는가'가 '교양인의 독서생활'이란 제목으로 국내에 번역, 소개됐다. 1972년 초판이 출간된 이후 40여년간 39쇄를 기록하며 독서론의 스테디셀러로 불리는 이 책은 속도 경쟁으로 인해 책에 대한 관심조차 사그라지고 있는 이 시점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준다.
저자는 실용서나 오락서가 만인을 위한 책이라고 한다면 교양서는 선택 받은 소수를 위한 책이라고 구분 짓는다. 자신의 생활을 고양시키고 풍요롭게 하려는 결심을 하고 그것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만을 위한 책이라는 설명이다. 그래서 무리를 해서라도 책을 사라고 권유한다. "책은 결혼상대가 아니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책을 사지도 않고 읽지도 않는 사람은 내면의 성장이 정체된 상태이다. 즉물적인 반응만이 되풀이되는 소모적인 일상, 우리는 이런 삶의 지루한 정체감을 극복하기 위해 책을 읽는다." 책을 읽는 이유에 대한 저자의 변(辨)이다.
그렇다면 어떤 책을 골라야 할까. 우선 책은 재미있어야 한다. 지적 허영심만 부추기는 책을 골랐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라는 것. 독서 행위는 철저하게 고립된 혼자만의 작업이지만, 한편으로는 책을 쓴 작가와의 끊임 없는 소통이기도 하다. 저자는 "책을 읽는 재미는 책이 갖는 무게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작가와의 소통에 달렸다"고 말한다.
수십 년 전에 출간된 이 책이 지금까지도 읽히는 이유는 책이 갖고 있는, 독서 행위가 갖고 있는 본질에 대한 저자의 통찰력이 지금 세대에게도 공감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1만 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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