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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금융소비자보호기구 완전 독립시켜야

금융권의 양도성예금증서(CD) 담합 의혹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시중은행들이 대출 가산금리를 제멋대로 책정해 20조원에 이르는 폭리를 챙겼다는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한 시중은행은 학력이 낮은 고객에게 금리를 더 물리기까지 했다. 이런 시대착오적 학력차별 금리 시스템을 당국은 버젓이 승인했다. 다른 시중은행은 아파트 중도금 대출기한을 조작하고 대출계약서를 위조한 사실까지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금융권의 횡포와 탐욕이 도를 넘은 것도 문제지만 이를 감시 감독해야 할 금융당국의 기능마비가 더 큰 일이다. 감독부실과 직무유기를 넘어 업계와 한통속이 된 것이 아닌지 의구심마저 든다.

일련의 사례들은 금융 부문에서도 감독과 소비자보호 기능의 경쟁과 견제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점을 말해준다. 이에 따라 정부가 진작에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을 추진해오고 있기는 하다. 그 형태는 금융위원장이 금소원 원장 임명권과 감독권을 갖고 조직은 금융감독원 내부에 두는 방안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런 구조에서 금소원이 소비자 보호라는 제 기능에 충실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금소원이 금감원 내에 설치되면 무엇보다 서로 다른 목표 충돌을 빚어 소비자 보호가 뒷전에 밀린 우려가 크다. 금감원의 최우선 임무는 금융 시스템 안정이다. 금융권의 재무적 건전성을 높이는 데 치중하다 보면 대출금리 과다책정 같은 소비자 권익 보호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감독기구와 소비자보호기구의 독립적 운영이 세계적 트렌드인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미국은 대통령이 수장을 임명하는 독립적인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을 신설했고 영국과 캐나다ㆍ호주 등도 소비자 보호 기능을 별도로 떼어냈다.



규제기관의 신설은 원칙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금융위-금감원이라는 한지붕 아래 금소원을 묶어놓아 책임소재마저 불분명하게 되는 것은 최악의 형태다. 소비자 보호 기능의 대폭적 강화는 절실한 과제다. 지금과 같은 어정쩡한 정부안은 재고돼야 한다. 독립기관으로서 권한과 책임이 주어져야 한다. 내년에 새 정부가 들어서 금융감독 체계를 비롯한 정부조직 전반의 개편 논의가 이뤄질 때 국회와 함께 금소원 설립안에 대한 철저한 재검토가 실시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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