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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레몬시장과 대출시장

레몬은 독특한 향으로 인기가 높다. 하지만 가장 맛없는 과일 중 하나로 꼽힌다. 오렌지보다 쓰고 시고 덜 달다. 영어에서 레몬(lemon)은 성능과 품질이 안 좋은 제품ㆍ서비스를 일컫는 말로 쓰인다. 경제학에서도 저급 재화나 서비스가 거래되는 곳을 레몬시장이라고 부른다. 값싸고 질 좋은 상품이 거래되는 곳이 아니라 매도자와 매수자가 정보를 공유하지 못하는 시장을 말한다. 우리 속담에서 빛 좋은 개살구나 다름없다. 중고차가 대표적이다. 차 주인은 좋은 정보만 주기 때문에 구매자는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아주 좋은 차를 가졌다면 중고차시장에 차를 내놓지 않는다. 결국 중고차시장은 낮은 가격에 품질이 떨어지는 차만 넘쳐나게 된다. 소액 신용대출시장도 레몬시장으로 변질됐다. 사금융 이용자의 3분의1은 대출 정보가 없어서 제도권 금융기관을 이용하지 못한다고 한다. 일부 금융회사는 앞으로는 최저금리를 내세워 고객을 유인한 후 실제로는 턱없이 높은 금리를 요구하거나 대출을 거절한다. 대우캐피탈은 금융기관 최저금리인 5%를 강조한다. 하지만 연 30~40%의 높은 금리에 5% 안팎의 각종 수수료까지 더해진다. 정보가 없다는 이유로 대부 업체보다 더 높은 금리를 물어야 하는 현실이다. 금융감독원은 금융회사와 대출 신청자 사이에 놓여 있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없애기 위해 이지론이라는 인터넷사이트를 적극 후원 중이다. 금융회사들이 대출상품을 등록해놓으면 고객들이 가장 유리한 상품을 고르도록 한 것이다. ‘파는 사람이 많으면 가격이 내려간다’는 역경매 방식을 통해 낮은 대출금리와 수수료로 대출을 받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은행들의 미온적 참여로 활성화에 실패했다. 은행들은 마케팅ㆍ모집인 수수료 비용 등을 줄일 수 있지만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얻게 되는 이득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은행들은 수익의 일부를 고객들에게 돌려준다는 명분으로 수수료 인하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제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풀고 모든 정보를 공유해 대출상품을 맛없는 레몬에서 맛있는 오렌지로 바꿔달라는 소비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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