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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불황스트레스에 짓눌린 사회


최근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공개한 상담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이혼남성 가운데 이혼사유로 '아내의 생활 무능력'을 꼽은 비율이 3%나 됐다고 한다. 맞벌이 자체를 부끄럽게 여겼던 게 그리 오래 전이 아닌데 말이다.

이런 의식변화는 구조화되는 분위기다. 한 취업포털의 최근 설문에서 맞벌이를 결혼의 필수조건으로 생각하는 남성들의 비율은 64%로 같은 문항에 대한 여성의 응답률 49.8%를 크게 웃돌았을 정도다.

남성이 이렇게 여성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려는 성향을 보이는 것은 불황스트레스와 관련이 있다. 불경기가 깊어질수록 가정과 사회에 대한 불만족과 불안이 커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경기 침체의 장기화로 인한 취업난과 조기퇴직 등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남성들이 받는 극심한 스트레스가 이처럼 결혼에 대한 관념변화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반기업정서 부채질하는 정부

이 밖에도 우리 사회의 불황스트레스 여파는 깊고 넓다. 서민들의 생활은 점점 팍팍해져서 올해 1ㆍ4분기 이자비용 지출은 전년 대비 18.3%나 늘었고, 실제주거비 지출도 21.1%나 증가했다. 요즘 식당가나 식품매장에서 매운 맛을 찾는 이들이 부쩍 늘어난 것도 스트레스의 영향이 아닌가 싶다.

불황스트레스에는 특효약이 있다. 미래에 대한 희망만 있다면 한 방에 스트레스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지금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까.

요즘 정부와 정치권의 행태를 보면 암담하다. 우선 기업을 대하는 정부의 일부 행태는 사회공동체의 미래를 훼손시킨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그 대표적인 것이 정유업체와 소비자를 끊임없이 이간시키는 정부의 에너지 행정이다. 정부는 휘발유 값의 45%나 차지하는 유류세를 내리면 고유가 진정효과가 클텐데도 세금은 내리지 않고 정유사의 마진 축소만을 요구하면서 난색을 보이는 정유사를 탐욕스러운 존재로 매도한다. 그러나 국민이 모를 것 같지만 기름 값이 오를 수록 늘어나는 세수에 남 몰래 미소 짓는 정부의 두 얼굴을 똑똑히 보고 있다.



기업인들의 확인되지 않은 피의사실을 공공연히 흘려 경영활동을 저해하는 검찰의 행태나 기업의 동일한 불공정행위 사안을 마치 새로운 일인양 재탕삼탕하는 공정위원회 한 건 잡기식 과시적 행정도 기업과 국민을 갈라놓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 사례들이다.

정치권은 더 형편없다. 여야 할 것 없이 줄 세우기 정치와 파당 싸움으로 국민을 야금야금 실망시키더니 통합진보당의 경우 부정경선 사태에 폭력까지 아예 막장드라마를 찍고 말았다.

정권이 바뀌면 희망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갖기 어렵게 됐다. 앞으로 누가 대통령이 될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필자가 청와대를 전담취재하던 이명박정부 전반기에 청와대는 "이번 정부는 대통령 측근 비리는 결코 있을 수 없으며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운 게 없다"고 늘 주장했다. 이전 정권의 전례를 잘 알고 있는 필자는 이 말을 믿을 수 없었지만 국가의 밝은 미래를 기대하며 진심으로 믿고 싶었다. 그러나 그런 믿음은 허망한 결과로 나타났다. 일일이 열거하기가 번거로울 정도로 수많은 대통령의 측근들이 비리 혐의로 수의를 입었고, 앞으로 얼마나 더 죄값을 치를 이들이 나올지도 알 수 없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 특효약

요즘 담배를 끊었다가 다시 빼 무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올해 1ㆍ4분기 담배비 지출이 무려 7.5%나 늘어났다는 수치가 이를 반영한다. 해마다 부는 금연바람까지 싹 날려버릴 정도로 올해 불황스트레스는 더 강력해졌나 보다.

그런데도 지금 정부를 이끄는 관료도 정권을 잡은 정치인도 자리 보전과 권력 탐닉에 여념이 없는 듯하고, 다음 정권에도 별반 달라질 것 같지도 않으니 정말 걱정이다. 이러다가 우리 사회의 불황스트레스는 영영 치유하기 어려운 질환으로 남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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