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노벨문학상을 거머쥔 프랑스 소설가 파트리크 모디아노(사진)를 지난 1970년대부터 국내에 소개해온 번역가이자 소설가 김화영 고려대 불문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그의 작품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파트리크 모디아노는 바스러지는 과거, 잃어버린 삶의 흔적으로 대표되는 생의 근원적 모호함을 신비로운 언어로 탐색해온 현대 프랑스 문학의 거장으로 불린다. 프랑스인으로는 15번째 노벨 문학상이다.
그의 대표작이기도 한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는 기억상실증에 시달리는 전직탐정 롤랑이 스스로의 과거를 거슬러 추적하는 과정을 그린다. 한 장의 사진과 부고를 단서로 그는 자신을 기억하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다른 사람을 미행하듯 잃어버린 과거를 재구성한다.
이러한 추적 과정은 그저 기억을 조각모음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비극적인 프랑스 현대사를 드러내고 나아가 인간 존재의 '소멸된 자아 찾기'라는 보편적인 주제의식을 그려내며 인간 존재와 생의 근원을 탐구했다는 평가다. 소멸한 과거, 잃어버린 삶의 흔적, 악몽 속에서 잊어버린 세계 2차대전의 경험을 특유의 신비하고 몽상적인 언어로 보여준다.
스웨덴 한림원 페테르 엥글룬드 사무총장도 노벨문학상 발표 직후 이어진 인터뷰에서 "파트리크 모디아노는 보통 130~150쪽 정도의 얇은 소설을 쓰는 작가로 주로 기억·상실과 같은 주제를 다룬다"며 "그는 시간의 복도가 있다고 생각하며 그곳이 열릴 때 자기 자신을 만날 수 있다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그가 추천한 모디아노의 작품 역시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였다.
김화영 교수의 말처럼 이 같은 성향은 작가의 다른 작품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1997년 발표한 '도나 브루더'에서도 나치 점령시대의 예전 신문에서 15세 소녀의 실종기사를 발견한 주인공이 그 흔적을 찾아 나선다. 2001년작 '작은 보석'에서는 갓 성년이 된 여자가 이미 죽은 줄 알았던 어머니와 똑같이 생긴 여인을 발견하며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빠져 들어간다. 2003년 발표한 '한밤의 사고' 역시 한 남자가 한밤 중에 일어난 의문의 차 사고를 매개로 모호한 기억 속 풍경을 구체적으로 복원하고 '지금, 여기'에 도달하는 섬세한 여정을 보여준다.
한편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상금으로 800만크로나(약 12억원)를 받게 되며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이 사망한 날인 12월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