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중국중앙TV(CCTV)는 톈진시 보건당국자인 원위루에이의 말을 인용해 이날 사고 현장 일대의 2개 지점에서 허용기준치를 각각 0.5배 및 0.05배 넘어서는 시안화수소가 검출됐다고 전했다. 시안화수소는 시안화나트륨 등이 물과 만나 연소할 때 발생하는 기체다. 이는 12일 사고 당시 두 차례 일어났던 폭발 중 대규모였던 두번째 폭발이 소방대원들이 화재 현장에 뿌린 물과 화학물질 창고의 인화성 독성물질이 만나 일어난 것이라는 추정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되는 정황 증거다.
독성물질 유출이 현실화하면서 사고지역 주변 3㎞ 거주자들에 대해 즉각 소개령이 내려졌다고 신경보 등 주요 중국 언론들과 AP 등 서방 언론들은 일제히 타전했다. 이에 대해 중국 관계당국자들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에 나섰으나 현지 소식통들의 전언으로 볼 때 사실상 소개령이 맞는 것으로 보인다. 톈진시의 한 기업인은 16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현지 당국자들이 (사고 현장에서) 반경 3㎞ 내에 들어오지 말라고 했다"며 "소개령이라고 공식적으로 말을 붙이지는 않았지만 들어오지 말라는 게 결국 해당 지역에서 떠나라는 소개령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 역시 사고 현장 반경 3㎞에서 6,000명 이상의 주민들이 인근 초등학교에 마련된 대피소 등으로 피난했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중국 관계당국이 바다로의 오염 확산을 막기 위해 톈진항이 위치한 보하이만 일대를 차단하고 있어 100여척의 선박이 항만 주변에서 대기하는 등 물류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폭발의 중심이 됐던 톈진항 내 빈하이신구 소재 화학물질 보관창고 등의 불길은 일단 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여전히 위험화학물질들이 열기에 노출됐으며 일부 컨테이너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폭발이 발생한 창고는 루하이로지스틱스라는 물류기업 소유인데 이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사고 당시 창고에는 700톤에 달하는 시안화나트륨 등이 보관됐다. 이는 관련 법상 보관허용치의 70배를 초과하는 규모다. 아울러 현지 관계당국자들은 중국 법규상 위험물질 보관창고는 주거지와 공공시설로부터 1㎞ 이상 떨어져 짓도록 돼 있는데 이번 사고 발생 창고가 어떻게 이 같은 규정을 명백히 어기고 주거지 인근에 지어졌는지는 명확히 해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AP통신은 지적했다.
한편 이번 폭발사고와 관련해 지금까지 사망자 104명을 포함해 사망 및 실종자가 2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부상자 또한 722명에 이르고 그중 58명이 중상자여서 향후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사망자 가운데 21명 이상은 소방관이다. 그중에는 18세 청년도 있어 안타까움을 더했다. 또한 순직 소방관 중 상당수는 정부로부터 정식 채용된 공무원이 아니라 국유기업인 톈진항에 고용된 계약직 농촌청년들인 것으로 드러나 중국 계약직 소방관들의 화재진압 및 안전사고 대응 전문성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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