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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가 지난 4월 소비세율 인상의 여파와 엔저 역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4회계연도 상반기(2014.4~2014.9) 무역수지가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고 정부의 경기판단은 2개월 연속 하향 조정됐다. 경제가 예상 밖으로 난조를 보이자 일본 정부는 2차 소비세율 인상 검토와 별개로 경기 부양책을 마련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재무성은 22일 올 회계연도 상반기 무역수지가 5조4,271억엔(약 53조4,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의 적자폭(4조9,963억엔)를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비교 가능한 통계가 발표된 1979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의 적자액이다. 천문학적 적자가 발생한 것은 엔화 약세로 연료를 비롯한 수입액이 크게 늘어난 반면 기업들의 생산거점 해외이전으로 수출증대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9월 한달간 무역수지도 9,583억엔 적자로 집계됐다. 월별 무역수지는 이로써 27개월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소비와 물가·생산 등 전반적인 경기흐름도 나빠졌다. 21일 일본 내각부는 10월 월례경제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경기판단을 2개월 연속 하향 수정했다. 내각부는 경기가 "지금으로서는 약한 흐름이 보이지만 완만한 회복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혀 "일부 약한 흐름도 보이지만 완만한 회복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난달 평가보다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이날 일본 체인스토어협회가 발표한 전국 슈퍼 매출액도 6개월 연속으로 전년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4월 소비세율 인상 이후 소비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아마리 아키라 일본 경제재생담당상은 소비와 생산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경기 전체에 브레이크가 걸린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아베노믹스'의 경기진작 효과가 확연히 사라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정부 일각에서는 경기 부양책을 펴는 방안이 거론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열린 경제재정자문회의에서 한 민간위원이 "디플레이션 자극이 최우선 과제"라며 "경기 자극을 생각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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