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2학년 때 아버지가 운영하시던 공장에서 큰불이 났었어요. 그때 화재진압을 하던 소방사들이 제게는 영웅으로 보였습니다."
지난해 5월 임관한 서대문소방서 임혜정(30·사진) 소방사는 9일 여성으로서 쉽지 않은 소방관이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된 계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아직 화재 현장을 겪어본 지 1년도 안된 새내기인 임 소방사는 구급대원을 제외하고 13명이 한 팀인 화재진압팀 중 유일한 여성 소방사다.
임 소방사의 첫 직장은 소방서가 아닌 은행이었다. 어릴 때부터 품어온 소방관의 꿈을 이루려고 호서대 소방학과에 진학했지만 어엿한 소방관이 되기가 쉽지 않았다. 그는 "안정적인 직장을 찾아 졸업 후 은행에서 근무했지만 소방관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고 3년 만에 퇴사했다"며 "이후 3년간 더 공부한 끝에 마침내 꿈을 이뤘다"며 웃었다.
어렵게 꿈을 이룬 만큼 임 소방사의 열정과 노력은 계속됐다. 그는 지난해 서울시 소방재난본부가 고가사다리차와 같은 특수소방차를 조작할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도입한 '특장소방차자격인증' 시험에 도전해 소방차운용사 2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여성 1호 합격자다. 그는 "대형면허가 있었지만 소방서에서 일하면서 전문 자격증을 따면 다양한 재난상황에서 더 크게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임 소방사는 지난해 가을 출동했던 서울 연희동의 한 다가구주택 화재 현장이 아직까지 생생하다. 그는 "집안에 있던 매트리스에서 불이 났는데 할머니와 아이들끼리만 사는 집이었다"며 "그 가정이 앞으로 더 어려워진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팠다"고 회상했다.
2급 자격증에 이어 다음달에는 올해 처음 시행되는 소방차운용사 1급 자격증에도 도전한다는 임 소방사는 화재 현장을 누비는 '전문 여성 소방관'을 꿈꾸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에는 보이지 않는 현장에서 묵묵히 시민들을 위해 헌신하는 여성 소방관들이 많다"며 "이제 막 출발선에 선 만큼 시민들이 위급할 때 가장 먼저 찾아가 도움을 주는 소방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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