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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고 작아야 통한다'
최근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분양업계에서 불문율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성공 방정식이다. 올 들어 분양시장에 중소형 공급이 봇물을 이뤘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달 들어 값이 중대형이 중소형보다 먼저 완판되는 단지가 등장하는 등 일부 변화의 조짐이 엿보이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2일 청약을 마감한 화성 동탄2신도시 '꿈에그린 프레스티지'는 1,689가구(특별공급 제외) 공급에 5,259명이 몰려 3.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동탄2신도시 2차 분양 단지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이 단지는 당초 전용 101㎡ 이상 중대형이 1,104가구(65%)나 되고 분양가도 3.3㎡당 평균 1,142만원으로 다른 단지에 비해 가격이 높았던 곳이다.
업계는 우선 동탄2신도시 시범단지 중에서도 최고의 입지였던 점을 성공 요인으로 꼽고 있다. 인접한 삼성 반도체 공장 때문에 청약에 참여한 인근 주민들의 소득 수준이 높았던 것, 동탄1신도시 내에서 면적을 넓혀 갈아타려는 하는 수요가 많았던 것도 중대형 완판의 요인이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1차 분양 때는 투자자가 많았던 반면 2차 분양에서는 중소형에서 중대형으로갈아타려는 실수요자가 많았다"고 말했다.
같은 날 청약을 받은 세종시 '한림 풀에버'도 811가구 모집에 1,900명이 몰리면서 2.3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순위내 마감했다. 이 단지는 3.3㎡당 평균 분양가가 940만원으로 800만원 대 중반이었던 기존 세종시 아파트 분양가보다 비싼데다 전용99㎡ 이상 중대형으로만 구성된 단지여서 청약 결과는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단지에 청약했던 L씨는 "세종시에서 유일하게 대형으로만 구성된 단지라 희소성이 있는 데다 행정타운 바로 맞은 편에 위치했다는 입지 때문에 신청했다"고 말했다.
중형보다 대형이 먼저 완판되는 단지도 등장했다. 대우건설이 경기도 안산시에서 선보인 '안산 레이크타운 푸르지오'는 전용 98㎡이상 대형 3개 타입이 1순위 마감한 반면, 중소형인 84㎡은 2ㆍ3순위에서야 입주자를 채웠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을 두고 분양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면서 국지화ㆍ세분화 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중소형이라고 해서 무조건 성공을 보장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오랜 시간 중대형 공급이 끊겼던 지역은 큰 아파트도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그동안 중소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대형 아파트의 낙폭이 컸던 만큼 적은 비용으로 갈아 타려는 실수요자들이 청약ㆍ매매 시장에서 움직이는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박원간 KB국민은행 수석 부동산팀장은 "최근 주택시장의 두드러진 특징은 지역별 분화 현상이다"며 "공급자도 미분양이라는 부메랑을 피하기 위해서는 예전과 달리 공급하는 지역의 시장 밑바닥의 니즈(needs)에 대한 조사와 모니터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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