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프랜차이즈업계에 비보가 날아들었다. 중견 프랜차이즈기업인 크라운베이커리가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폐업을 선언한 것이다. 프랜차이즈업계를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여간 충격이 아닐 수 없다.
크라운베이커리는 1988년 서울올림픽 개막에 맞춰 창업한 이래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지금은 없어진 고려당ㆍ뉴욕제과와 함께 윈도우 베이커리의 대명사로 떠오르며 한때 800여개의 점포를 보유했던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선두주자로 꼽혔다.
크라운베이커리의 발표에 따르면 현재 남아 있는 70여개 가맹점 가운데 75%는 이미 철수하기로 합의하고 나머지 점포도 보상이나 협상을 거쳐 철수할 예정이라고 한다. 크라운제과 그룹에 편입시켜 자구책을 시도했지만 매출부진과 함께 경기 불황이 겹치면서 더 이상 가맹사업을 지속할 수 없었다는 것이 직접적인 폐업 원인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프랜차이즈업계에 몸담고 있는 필자로서 한때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1등 기업이었던 크라운베이커리의 폐업은 참으로 안타까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2009년 정부 부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가맹본부 1개가 창업할 경우 가맹점과 가맹본부 인력을 포함해 평균 417명의 고용을 창출한다고 한다. 이번 크라운베이커리의 철수에 따라 가맹점 사업자는 물론 가맹본부 인력들도 일자리를 잃게 된다면 사회적 파장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
그렇다면 크라운베이커리로서는 인수합병(M&A) 등의 다른 방법이 없었을까. 기업이 어려울 때에는 여러 가지의 출구전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크라운베이커리는 왜 최악의 시나리오를 선택했을까. 관련 프랜차이즈업계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에 다른 기업으로의 매각은 불가능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지난해 4월 공정거래위원회는 가맹점 보호를 명목으로 베이커리 업종에 대한 모범거래기준을 만들어 특정 브랜드는 기존 가맹점의 500m 이내에 동일 브랜드의 점포를 개설할 수 없도록 권고했다. 말이 권고지 사실상 강제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또한 올해 2월 초 동반성장위원회는 베이커리 업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특정 브랜드의 거리 및 출점을 제한했으며 베이커리 외 다른 업종의 중견기업이 인수합병하는 것도 불가능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얼마 전 한 중견기업이 베이커리사업에 진출하려다 포기한 이유도 이런 규제 때문이다.
가맹점ㆍ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규제가 결국 가맹본부의 철수와 함께 가맹점 철수로 이어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골목상권의 주역인 가맹점주에게 돌아가게 된다. 마치 차량에 불이 나면 아무런 조치도 못하고 그대로 전소되도록 방치해야 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는 셈이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이런 폐해를 막기 위해 과도한 규제를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한다. 차량이 전소되도록 불구경만 할 것이 아니라 급히 소방차를 불러 불을 끄고 고장 난 부품을 교체해야 할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