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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한국인의 경제 자화상
입력2005-01-05 16:51:40
수정
2005.01.05 16:51:40
김인모 논설위원
경제활동과 관련해 평균 한국인을 가상해보는 게 부질없는 일로 여겨질 수도 있겠으나 경제활성화를 지상과제로 삼고 있는 새해를 맞아 부족한 통계수치를 모아 자화상을 그려보았다.
우리 국민의 경제생활을 대표할 평균 한국인은 대략 사무직에 종사한 지 7년째인 34.6세로 결혼 5년차이며 3.2세의 자녀 1명을 두고 있다. 금융자산은 6,000만원가량이지만 부채를 뺀 순자산은 3,000만원 정도이고 그나마 보험과 연금을 제외하면 2,000만원도 되지 않는다.
평균 한국인의 자산구성을 분석한 결과, 80%는 부동산이고 금융자산은 20%에 지나지 않으며 부동산은 부채를 포함한 1억2,000만원 규모의 아파트뿐이다. 월간 가계소득은 270여만원이나 세금과 연금 등 비소비 지출을 제외한 가처분소득은 240만원 정도로 대략 50만원을 저축하고 나머지를 소비한다. 가계소비지출 가운데 50만원을 넘는 식료품비를 제외하면 비교적 큰 비중은 17만원이나 되는 교육비와 14만원 정도인 통신비 등이다.
평균 한국인이 아직 30대 중반에 지나지 않지만 우리 국민의 소비를 가로막는 중요한 장애물이 교육비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특히 결혼 당시 취업여성은 54%에 이르지만 출산 후 25%로 떨어지는 만큼 평균 한국인은 늘어날 교육비 걱정에 둘째 아이를 낳을 엄두를 내지 못한다. 결국 합계출산율은 1.19명에 그쳐 빨라지는 고령화 추세와 함께 장기적으로 경제활동인구의 비중은 급격하게 줄어들 것이다. 재테크를 잘해야겠다고 벼르지만 사는 집 옮기는 방법밖에 없으므로 평균 한국인이 부동산시장에서 눈을 뗄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평균 한국인은 경제생활의 분포도상 중앙에 위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 또한 부의 양극화 현상이 가속화하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차상위계층을 포함한 국민의 18%가량인 가난뱅이들은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는 지금, 평균 한국인이 이처럼 풍요롭냐고 반발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국내소비의 20%밖에 감당하지 않으면서도 과소비층으로 비난받는 10%의 최상위계층은 평균 한국인이 아무래도 잘못 추정된 것 같다고 의아해 할 것이다.
최상위계층이 해외에서 펑펑 돈을 쓴다고 비난받지만 해외동포의 재산반출와 불법 외화유출자도 역시 급격하게 늘고 있다. 한국을 아예 탈출하려는 인력 또한 급증세다. 90일 이상 해외 장기출국자가 30만명을 넘은 지난 2003년 무직이 10만명을 웃돈 것을 보면 구직 실패자나 퇴직자가 상당수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유학이든 해외 취업이든 이들이 점점 더 귀국을 포기하는 데 있다. 돈과 사람이 모두 우리나라를 빠져나가고 있는 셈이다.
일찍이 맹자는 제(齊)나라 선왕(宣王)에게 “백성들은 항산(恒産)이 없으면 항심(恒心)을 갖지 못한다…항심이 없어 백성들이…죄에 빠진 후 뒤따라가 처벌한다면 백성을 그물을 처서 잡는 것”이라고 충고했다. 일정한 소득이 없으면 천부의 양심도 살아날 수 없다는 왕도정치의 근본을 설파한 것이다.
맹자는 또한 “온 천하의 벼슬 사는 사람들이 모두 왕의 조정에 서기를 바라고, 온 천하의 농민들이 모두 왕의 들에서 밭 갈기를 원하고, 온 천하의 상인들이 모두 왕의 시장에서 장사하길 갈구하고, 온 천하의 여행자들이 모두 왕의 나라를 지나다니고 싶어하도록 만들라”고 조언했다.
새해를 맞아 참여정부는 경제활성화와 국민통합, 그리고 남북화해협력에 전력을 기울겠다고 한다. 물론 셋 다 중요하지만 평균 한국인의 경제생활을 살펴보면 역시 경제활성화가 가장 시급한 것 같다. 경제가 활력을 찾으면 국민통합도 수월해질 것이라는 게 맹자의 가르침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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