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달 전에 다급한 목소리의 한 투자자로부터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 그 투자자는 30분 전에 C사의 주식을 매수했으나 회계감사 결과 감사의견 거절에 따라 증권거래소가 당해 주식에 대해 매매거래 중단조치를 취했다는 것이다. 그와의 통화는 다른 여느 투자자와 마찬가지로 매매거래 정지조치에 대한 원망과 투자원금에 대한 아쉬움으로 끝을 맺었다. 이제는 익숙한 용어가 돼버린 주식시장의 ‘서든데스’는 사실은 ‘서든데스’가 아니다. 그 투자자가 그동안 공시됐던 C사의 공시사항들만 제대로 확인해봤더라도 적어도 그런 부실종목을 매수하는 일도, 거래소를 원망하는 일도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자기 집을 살 때 굉장히 꼼꼼하다. 등기부등본과 지적도도 떼어보고 교통편과 전망은 어떤지 등 이것저것 따져보고 결정한다. 그러나 주식투자에 있어서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어느 종목이 좋다는 말에 솔깃해서 덥석 사놓고 매매거래정지나 상장폐지 조치를 당하게 되면 시장을 원망하게 된다. 여러 공시경로를 통해 사전에 충분한 경고를 줬는데도 말이다. 기업은 정기적으로 또는 수시로 기업의 재무상황 등에 관한 정보를 인터넷을 통한 전자공시의 방법으로 공시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사업보고서ㆍ반기 및 분기보고서를 통해 기업의 재무정보를 파악할 수 있으며 계속기업으로서의 경영활동에 관한 수많은 정보를 수시공시ㆍ특수공시ㆍ지분변동공시 및 공정공시 등을 통해 입수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상장기업이 유상증자를 실시하겠다는 결정을 내린다면 투자자들은 당해 회사의 수시공시를 통해 그 사실을 즉각 알 수 있고, 유가증권신고서를 통해 증자의 세부내역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증자 후의 지분변동공시를 통해서 지분구조를 파악할 수 있고, 또한 분기보고서 등을 통해 증자전후의 재무내용을 상세하게 입수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투자자들은 기업의 장래 계획과 실적에 대한 전망 및 예측에 관한 정보를 상장기업의 공정공시를 통해 파악할 수 있다. 이렇듯 증권시장은 촘촘한 공시망을 통해 기업이 쏟아내는 다양한 종류의 정보를 받아서 투자자들에게 실시간으로 전달하고 있다. 그 정보를 취사선택해서 투자에 이용하는 것은 전적으로 투자자들의 몫이다. 내가 사두었던 주식이 왜 하루아침에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느냐 또는 왜 거래정지됐냐는 원망 섞인 말투의 투자자가 아닌, 공시내용을 꼼꼼히 살펴보고 투자판단을 할 수 있는 현명한 투자자를 기대해본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