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는 아울러 '제로 금리'인 권역 은행의 ECB 예치금리와 0.75%인 대출 금리도 각각 현재 수준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9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통화정책위원회 위원들이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에 급하게 나설 필요가 없다는 판단하에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총재는 아울러 "ECB는 권역 내 경기 흐름을 면밀하게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경기 판단에 따라 필요하다면 추가적인 금리 인하 등 모든 가능한 정책 수단을 동원할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ECB의 이번 금리 동결은 당초 시장 전망과 부합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11월의 '깜짝 금리 인하' 효과가 아직 충분히 확인되지 않은 데다 추가적인 완화 대신 되레 '긴축'을 주창해온 독일 등의 반발이 큰 점을 감안해 ECB가 이번 회의에서 추가적인 조치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관측해왔다. 대신 드라기 총재는 시장의 예상대로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속 경기 침체) 우려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수 있음을 '선제 예고'하는 형태로 시장을 달래는 데 주력했다.
드라기 총재는 이어 "(소매지출이 회복되는 등) 시장 상황은 나쁘지 않지만 뜻밖의 파고가 밀려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당분간 기존의 양적완화 정책을 지속할 것임을 강조했다.
유로존은 디플레이션 등 경기 악화 우려가 커짐에 따라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0.5%에서 0.25%로 전격 인하했다. 하지만 지난 7일 발표된 유로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0.8%에 그치며 전월(0.9%)보다 되레 하락, 권역 내 디플레이션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증폭돼왔다. 여기에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이 전일 잭 루 미국 재무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독일은 권역 내 균형 성장에 기여해왔다"며 수입 확대 요구를 일축하는 등 회복 정도가 상이한 유로존 국가들 사이에 '갈등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올해부터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에 새로 가입한 라트비아가 ECB 경기부양책의 대표적 반대파인 독일의 우군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ECB 내 강경파가 전체의 3분의1을 넘어서게 돼 추가 부양책을 모색하는 ECB에 또 다른 장애물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유로존 가입으로 ECB 정책위원회에 참여하게 된 일마르스 림세빅스 라트비아 중앙은행 총재에 대해 "긴축정책과 구조개혁의 궤적이 옌스 바이트만 분데스방크(독일 중앙은행) 총재의 의견과 일치한다"며 "독일보다 더 강경론을 고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