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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입김 더 세지나" 기업들 실무 협상 앞두고 노심초사

■ 업종별 노사정위원회 연내 가동<br>업체마다 입장·상황 달라 교섭대표 뽑기도 고민거리<br>의제설정 놓고 설전 예고민노총 불참 땐 대표성 문제

사상 첫 업종별 노사정위원회 출범을 앞두고 과거 위원회 설립에 소극적이었던 재계는 앞으로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경제민주화 입법으로 기업들이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업종별 노사정위까지 등장해 노조의 입김이 더 세질 경우 기업경영이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종별위원회는 각 업종의 구조적인 문제나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노조와 경영자ㆍ정부가 참여하는 노사정위원회 내부기구다. 2006년 9월 기존 소위원회를 없애고 의제별ㆍ업종별 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이 담긴 '노사정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돼 법적으로 설립근거는 이미 갖췄지만 지난 8년간 한번도 가동되지 않았다.

업종별위원회가 유명무실했던 가장 큰 이유는 업종별 회의체를 통해 산업별 노조의 결집력과 발언권이 세질 것이라는 사용자 측과 정부의 우려다. 노사정위가 노사 갈등을 넘어 해당 산업이 처한 각종 이슈까지 다루는 것이 적절하냐는 의제설정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한 관계자는 "노사정위는 노사 간 갈등을 다루고 자문하는 게 주된 역할인데 업종별 산업 이슈를 다루는 것은 노사정위 취지에 맞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산업별 노조가 상당 부분 정착된 노측과 달리 사측의 경우 업체마다 입장과 상황이 제각각이라 교섭 대표로 나설 만한 주체를 정하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사측은 노사 간 문제를 노사정위에서 다루는 데 부담을 느끼면서 업종별위원회 가동에 난색을 표해왔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 사회적 대화의 중요성이 커지는 흐름 속에 정부 부처가 위원회 설립에 적극적인 자세로 돌아섰고 현행 대기업ㆍ정규직 중심의 노사교섭 문화가 노동환경 변화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한다는 반성 아래 업종별위원회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업종별위원회를 통해 특정 산업의 문제를 되짚으면서 비정규직ㆍ여성ㆍ청년실업자 등 취약계층을 보호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지는 점, 노사정 간 정책수립을 위한 협의체계가 강화되는 점 등도 업종별위원회 설립에 힘을 실어줬다. 노사정위 관계자는 "업종별위원회는 큰 틀에서의 고용ㆍ노동ㆍ경쟁력을 논의하는 자리"라며 "노사 간 구체적인 문제는 임단협을 통해 결정되는 만큼 업종별위원회 설립이 곧 산별 노조의 힘을 키운다는 것은 과도한 걱정"이라고 강조했다.

업종별 노사정위의 첫 출발이 눈앞에 있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양대 노총의 한 축인 민주노총이 여전히 노사정위에 참여하지 않고 있어 노동계의 대표성 문제가 제기된다. 아울러 업종별위에서 합의된 사항이 정책에 얼마나 반영될지도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산업부 관계자는 "업종별위원회에서 다룰 의제의 범위에 대한 논의가 더 필요하다"며 실무협상 과정이 순조롭지만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한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 교대제 근무 등 노사 간 첨예한 사안을 업종별로 논의하기 때문에 구체적이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질 것 같다"며 "사용자단체의 협의주체로 누가 나설지는 고민거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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