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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임대시장 선진화 방안] 연봉 3,000만원 월세 50만원 땐 세혜택 21만6,000원 → 60만원

■ 시뮬레이션 해보니

임대소득 1,000만원 2주택자 소득세 5만원 줄어

집주인 임대 포기·월세 인상 등 풍선효과 우려도


정부가 26일 '주택 임대차 시장 선진화 방안'을 내놓은 이유는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전세의 월세 전환 기조에 맞춰 월세의 공급자와 수요자에 대한 혜택을 대폭 늘려 임차시장 불안요소를 줄여나가겠다는 포석이다. 그동안 임차인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전세대출에만 집중돼 전셋값 상승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일자 전세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한편 월세 임차인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선회한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08년 8조원이었던 전세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30조원으로 4배 가까이 급증해 언제 터질지 모르는 가계부채의 뇌관이 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달 전월세 거래량 중 월세 비중이 사상 최대치인 46.7%를 차지할 정도로 월세 비율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며 "세입자의 월세 부담이 줄어야 가처분소득이 늘고 내수기반이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봉 3,000만원 근로자, 공제액 3배 늘어=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소득공제의 대상과 한도를 대폭 상향해 월세 임차인들의 부담을 대거 줄였다. 지금까지 총 급여액이 5,000만원 이하인 근로자에 한해 월세 지급액의 60%(최대 500만원)를 '소득공제'로 감면 혜택을 줬지만 앞으로는 총 급여액 7,000만원 이하까지 대상을 늘리고 월세 지급액의 10%(최대 750만원)를 '세액공제'해준다. 월세 세입자는 종전보다 한 달치 임대료 부담을 덜게 되는 셈이다. 특히 월세에 대한 세제지원이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뀌면 소득이 적은 사람일수록 감면 혜택은 더 커진다.

예컨대 연소득이 4,000만원인 무주택자가 50만원짜리 월셋집에 거주할 경우 지금까지는 54만원을 소득공제로 돌려받았지만 앞으로는 60만원으로 혜택이 늘어난다. 같은 월세라도 연소득이 3,000만원이라면 혜택이 종전 21만6,000원에서 60만원으로 3배 가까이 커진다. 전세에 살던 연소득 7,000만원 이하 근로자가 50만원짜리 월세로 전환해도 60만원을 돌려받게 된다.

바뀐 규정은 지난 1월 이후 지급하는 월세분부터 적용된다. 단 소득 규정은 국회 통과 이후 최초로 지급하는 월세분부터 적용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소득공제의 경우 일정 소득 이하인 임차인에게 적용돼 세액공제 전환에 따른 지원금액이 확대된다"며 "또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동일한 지원을 받게 돼 과세형평성이 제고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임대소득 1,000만원 2주택자 소득세 5만원 줄어=정부는 임대소득 과세방식 정비에도 나서 소규모 임대인 부담을 줄여줄 예정이다. 2채 이하 보유자면서 주택임대소득이 연간 2,000만원 이하인 임대인의 경우 그동안 의무적으로 종합소득세를 내고 사업자등록을 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등록의무가 면제되고 소득세 역시 단일세율로 분리과세된다.

예를 들어 주택 2채를 소유하고 배우자와 생계를 같이하는 연소득 5,000만원의 세대주가 1주택을 임대해 연간 1,000만원의 임대소득을 거둘 경우 그동안은 필수경비 500만원을 제외하고 종합소득세율 15%를 적용 받아 75만원의 세금을 내야 했지만 소득세(14%) 70만원만 내면 되는 구조다.



또 부동산임대업에서 발생한 결손금을 종합소득에서 공제해 소득세 부담을 경감해주게 된다. 한마디로 부동산 임대사업에서 손실이 발생하고 다른 사업에서 이익이 발생했을 경우 부동산 임대손실을 비용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국토부 관계자는 "사업성이 낮은 소규모 주택임대소득을 종합과세되는 사업소득에서 제외시키면 소규모 임대사업자의 세 부담이 명확해지고 사업자 등록 및 사회보험료 납부의무가 줄 것"이라고 말했다.

◇임대 포기, 월세 인상 등 풍선효과 우려도=전문가들은 전세의 월세 전환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만큼 당장 월세 지불 금액을 줄일 수 있는 월세 세액공제 정책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면서도 세원노출을 꺼리는 3채 이상의 주택을 가진 임대인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그동안 월세 수입이 있어도 임대사업자로 등록하지 않고 임대 소득세도 내지 않았던 임대인이 대다수였던데다 월세 소득자의 세금부담이 커지게 되면 임차인에게 월세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오랜 기간 음성화돼 있던 월세소득을 양성화하면서 주택임대사업이 '클린화'되는 효과가 예상되나 당장 집주인들에게는 충격이 클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전월세 물량이 부족한 곳은 소득세 부담을 월세에 전가하거나 일부 소액 월세는 전세로 돌리려는 움직임도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정부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폐지를 통해 임대주택 공급 강화를 천명하면서도 반대로는 임대소득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등 엇박자 정책을 내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월세 소득을 낮추려고 계약서 상의 월세를 낮춰 신고하거나 이면계약이 성행하는 등 임대시장의 음성화를 더욱 부추길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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