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의 계절이다. 선거 때면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 바로 '바람(風)'이다.
대통령 선거는 이 바람과 뗄래야 뗄 수가 없다. 어떤 식이든 대통령 선거전에 참여해 선거 운동을 해본 사람이라면 이 바람의 위력이 얼마나 무섭고 놀라운 것인가를 절감한다.
정치판에서 신출내기에 불과했던 후보가 대통령 후보 경선과정에서 바람을 일으키면 그 바람이 돌풍이 되고 본 경기에서는 나라를 들썩이는 초대형 태풍으로 몸집이 커져 대권을 거머쥐기도 한다. 그래서 대권 후보들은 어떻게든 인기 바람을 일으키려 안간힘을 쓴다.
이번 대통령 선거의 경우 오래 전부터 유력 대권주자로 지목됐던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일찌감치 안정된 상승기류를 타고 있는 모습이다. 정치 초단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일으키는 돌풍과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일으키고 있는 회오리 바람의 위세도 만만치 않다. 안 원장과 문 후보라는 두 바람이 만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도 관심이다.
대통령 선거전에 등장하는 바람 중에는 달갑지 않은 바람도 있다. 바로 의혹의 바람이다. 상대편 후보를 헐뜯어 치명타를 입히려는 의도로 만들어진 '~카더라'식 거짓 의혹의 바람이다. 제기하는 쪽에서는 수세에 몰려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것저것 따지지 않은 채 그저 상대편 표를 깎아 내기 위해 근거 없는 이야기를 마치 진실인양 확대 재생산하고 이슈화한다. 그것도 모자라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기 위해 검찰 고발이라는 극단적인 꼼수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 의혹의 바람은 역대 대통령 선거 때마다 단골 손님처럼 등장해 선거판을 흐렸다.
검풍(檢風ㆍ검찰의 바람)이라는 낯선 듯 낯설지 않은 바람도 있다. 세간에 떠도는 의혹 검증과 고발 사건 수사라는 명목으로 은근슬쩍 선거전에 끼어드는 바람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 정국에는 벌써부터 사특(邪慝)한 바람이 요동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은 걱정이다. 참신한 정책과 비전으로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기보다는 볼썽사나운 의혹의 바람을 일으켜 흩날리는 표를 주워담는 구태가 또다시 반복되는 것 아닌가 우려하는 이가 적지 않다.
올해 대선에는 여러 바람 중에 좋지 못한 것은 제발 등장하지 않았으면 한다. 대권 후보는 말 그대로 정책과 자질로 국민의 심판을 받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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