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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지원)·담뱃세·법인세 협상에서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올해도 예산·세법을 놓고 파국이 빚어질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새해 예산안과 세입 부수법안을 단독처리할 경우 연내 민생·경제활성화법 처리가 물 건너가는 것은 물론 내년 초 공무원연금·공기업개혁법 처리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해 여야가 극적으로 막판 접점을 찾을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새누리당은 오는 30일까지 새정치민주연합과 새해 예산안과 기금운용계획안·세입예산 부수법안(세법)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12월1일 자체 수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올려 통과시키기로 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26일 "예산 처리는 선진화법이 있어도 안 지키고 법안 처리는 선진화법을 이용해 다수결 원칙을 무시하는데 아무리 힘들어도 법과 원칙은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이날 담뱃세 등 14개 세법을 세입예산 부수법안으로 지정한 것은 앞으로 예산안과 기금운용계획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될 때 같이 처리해야 할 세법을 정해준 것이다. 하지만 야당은 지방세 위주인 담뱃세는 세입예산 부수법안이 될 수 없다며 반발했다. 국회법 제85조는 위원회가 예산안(기금운용계획안 포함)과 세입예산안 부수법률안에 대한 심사를 11월30일까지 마치도록 하고 만약 기간 내 마치지 못하면 12월1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하도록 돼 있다. 정 의장은 "올해 정기국회부터는 헌법상 예산안 의결시한을 반드시 지켜 국회운영의 역사적 이정표를 남겨야 한다"면서 "해당 상임위는 30일까지 예산부수법안에 대한 심사를 마무리해달라"며 "이 기간 내에 합의안을 만들지 못해 해당 부수법안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누리과정 예산에 대해 새누리당이 합의를 번복하고 담뱃세·법인세 등 핵심 쟁점도 양보하지 않자 이날 국회 의사일정을 잠정중단하는 강수를 뒀다. 여야가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올해부터 처음 적용되는 예산안 자동부의제를 놓고 강 대 강의 대치국면을 보인 것이다. 서영교 원내대변인은 "누리과정 예산을 놓고 교육부 장관과 상임위 여야 간사가 합의한 것을 새누리당 지도부가 연거푸 번복했다"면서 "그 뒤에서 누가 조종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청와대를 겨냥했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정기국회 회기가 얼마 안 남았는데 여야 협상이 겉돌아 안타깝다"며 여당 단독 처리시 '중대 결심' 의지를 밝혔다. 새정치연합은 여야 협의시한이 촉박해 정기국회 폐회일(12월9일)에 여야가 예산안과 세입예산 부수법안을 합의 처리하자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예산안 자동 처리 시한이 다가오자 야당이 '벼랑 끝 전술'을 쓰는 것이라며 자체적으로 상임위별로 수정안 작성에 돌입했다. 하지만 예산안과 세입예산 부수법안 처리 이후 닥칠 후폭풍에 대해서는 우려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당장 민생·경제활성화법 처리에 야당이 협조하지 않을 게 뻔한데다 내년 4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려고 하는 공무원연금개혁법과 공기업 개혁·규제개혁 등을 처리할 때 야당의 협조가 없이는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이장우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누리과정을 핑계로 야당이 작심하고 국회를 파행으로 몰고가고 있다"며 "약속파기 정당이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야당의 협조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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